[기고] ‘열 길 물속’을 알기 위한 노력, 해양조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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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준호 한국해양조사협회 이사장

우리는 흔히 사람들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을 예로 든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관심을 가지고 눈을 들여다보면 알게 되고 느낌으로 감지할 수 있다. 오히려 망망대해를 접할 때는 ‘사람 속은 알아도 열 길 물속은 모른다’고 말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의 해양은 해수면 상승, 태풍, 집중호우, 쓰나미, 범람, 해저지진, 대륙붕 사면붕괴, 해저화산 폭발 등 예측하기 어려운 전 지구적 환경변화 때문에 생존과 직결된 연안지역 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해양 이슈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으로 확대되는 등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요인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바다는 우리에게 유·무형의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다는 우리가 숨 쉬는 산소를 생산하고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또한, 연간 2억t이 넘는 수산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약 24조 달러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바다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이용과 개발로 그 가치가 훼손되고, 이해관계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에서의 인간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해양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해양조사를 통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해양의 현상과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시뮬레이션과 예측모델 개발에는 정확한 수많은 해양정보가 필요하며, 그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해양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수심, 수온, 조석, 해수면 높이, 해류 등 현상 중심의 정보 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해양 기본정보에 따른 위험성 분석, 해양환경의 변동 및 예측예보 등 영향을 분석해 예보하는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빅데이터 융합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민간산업을 지원하는 등 국가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한다.

이제까지 바닷속을 알기 위한 해양조사는 ‘수로업무법(1961년 12월 23일 제정, 2009년 12월 10일 폐지)’과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수로조사로, 말 그대로 물길조사였다.

그러나 물길은 육상의 도로처럼 눈으로 볼 수가 없으므로 해저형상 및 특성과 지형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매개변수(수심, 지질학, 지구물리학, 조석, 조류, 파고 등)를 측정하고 이를 표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현재의 바다 관념은 과거 선박교통 중심의 수로에서 현재는 다양한 해양활동 중심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에 해양조사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해양정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대국민 해양정보 서비스를 강화할 목적으로 올해 2월 18일 ‘해양조사와 해양정보 활용에 관한 법률(2021년 2월 19일 시행)’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해양조사의 실시와 해양정보의 활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선박의 교통안전, 해양의 보전·이용·개발 및 해양에 대한 관할권의 확보 등에 이바지함이 목적이다.

해양조사법을 근간으로 이제부터 바다를 알기 위한 조사는 수로조사에서 해양조사로 명칭이 변경된다.

또한 선박의 교통안전 확보는 물론, 해양의 보전·이용·개발을 위한 기여, 해양산업의 발전,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대응, 해양재해 예방, 해양방위 강화, 해양관할권의 확보 등 해양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한 종합적인 해양조사가 시작된다.

아울러 무인 조사장비, 드론 등 신기술 활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제 해양조사법 제정에 발맞춘 새로운 해양조사를 통해 ‘열 길 물속의 모든 현상’도 규명할 수 있는 선진화된 종합해양조사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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