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예산 신속 집행” 재촉에 속 타는 지자체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의 16개 기초 지자체가 ‘코로나발(發) 신속집행’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업무추진비 등을 빨리 쓰라며 독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선 구·군은 “예산 집행을 지나치게 서두르게 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 부산시를 포함한 전국 광역지자체에 ‘2020년 상반기 지방재정 신속집행 적극 활용 지침’을 보냈다. 이를 통해 행안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6월 안에 지방 재정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경기 회복 마중물로 활용”
16개 구·군 평균 60%대 그쳐
업무추진비 선지급 등 ‘총력전’
“서두르다 예산 낭비” 우려 제기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전에도 신속 집행을 권고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소비·투자 부문에서 집행을 더욱 적극적으로 채근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리자 지자체 예산을 ‘마중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행안부는 긴급입찰 공고를 통한 입찰 소요 기간 단축, 계약 이행 전 대금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 집행, 비품비·물품비·임차료 선납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전하며 예산을 빨리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지자체 모두 소비·투자 부문 신속집행에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2일 현재 부산 16개 구·군의 평균 집행률은 2분기 목표 대비 67.5%에 그쳤다. 목표액을 100% 달성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특히 강서구(52.42%), 동래구(53.78%), 수영구(58%), 부산진구(58.12%)는 집행률이 50%대에 머물렀다.

정부가 연일 예산 집행을 채찍질하자 지자체마다 ‘총력전’에 나섰다. 부산진구는 이달 내 맞춤형 복지 경비, 7월분 직급 보조비·정액 급식비를 전액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임차료·공공요금·업무추진비 선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예산 신속 집행이 절실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도로 개설, 생활 SOC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어 연말에는 더 많은 예산을 신속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영구와 강서구 등 비교적 집행률이 낮은 다른 구·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영구는 광안리비점오염저감사업 등 30억 원 이상 대규모 사업이 상반기에 몰린 탓에 신속집행 대상액이 높아져 부담이 가중됐다. 강서구도 “대규모 투자 사업으로 인해 상반기 신속집행 목표액이 높아졌다”면서 “하반기에는 각종 인허가 용역 기간을 단축해 선금을 최대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신속집행만 독려하는 바람에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한 지자체 간부는 “코로나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는 당연히 이해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 돈을 억지로 집행하는 실정”이라면서 “아직 하지도 않은 회의나 간담회까지 업무추진비로 선결제하고 있다. 집행만 서두르다 자칫 혈세를 낭비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