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LPG 충전소 검사 중 화재… 1명 숨지고 2명 전신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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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제거 않고 작업해 사고

17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 LPG충전소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과수, 안전보건공단, 가스안전공사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LPG 가스 충전소에서 불이 나 작업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은 작업자들이 충전소 탱크에 남은 기체 가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와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2시 42분 부산 동구 초량동 한 가스충전소에서 가스검사 위탁업체 직원 3명이 가스배관 개방 검사를 하다가 원인 미상의 이유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화상을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충전소 기계실 아래 탱크에 들어 있던 액화가스를 비운 후 배관 맨홀을 여는 과정에서 남은 가스가 새어 나와 순식간에 불상의 이유로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개방 검사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해야하는 검사로, 기계실 아래에 있는 탱크에 든 액화가스를 모두 비우고 작업자가 직접 기계실로 들어가 배관을 살펴야 한다.

당시 기계실에는 3명의 작업자가 있었는데 맨홀 개방 작업을 하고 있었던 A (45)씨가 숨졌고, 기계실 입구에 있던 작업자 2명은 각각 2도와 3도의 전신화상을 입었다. 기계실의 구조는 천장이 개방된 형태라 큰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7일 오전 합동감식에 나선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액체가스를 모두 비운 후 남은 가스를 질소로 밀어내 공기를 치환시키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이 과정을 생략해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액화가스를 모두 비우고 기체 형태로 남아 있는 가스를 제거해야 하지만 작업자들은 남은 가스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스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치(100ppm)를 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질소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기계실에 환풍기 등 환기 설비가 있었으나 밖으로 배출되는 가스보다 새어 나오는 가스의 양이 더 많아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와 검사 위탁업체, 가스충전소 등을 상대로 안전 매뉴얼 준수 여부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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