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 깨는 北… ‘평화시대’ 깨진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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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사무소 폭파 파장

조선중앙통신이 17일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폭파 충격으로 연락사무소 뒤쪽으로 보이는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외벽이 크게 파손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정세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전 대결 시대로 급속하게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북한은 통신 연락선 차단(9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파괴(16일) 조처에 이어 17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구에 다시 군대를 주둔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도 다시 설치하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예고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에는 조만간 북한의 정예부대가 주둔하며 한반도의 ‘화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있는 남측의 공장과 호텔, 매점 등 시설물이 모두 철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19 군사합의라는 안전판이 사라지고 남북 간 연락 채널까지 모두 끊겨 DMZ와 군사분계선(MDL),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언제라도 우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도 있다.

北, 개성·금강산 군 배치 천명
DMZ 감시초소 재설치도 예고
청와대 강공 모드 ‘강 대 강 양상’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 커져

문제는 남북관계 반전을 도모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날 “남측이 지난 15일 특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공개한 것도 남측에 더 이상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도 강공모드로 전환하며 ‘강 대 강’ 대치 양상이다. 청와대는 북한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위협에 침묵으로만 일관할 경우 주도권을 북한에 내준 채 끌려다니며 관계복원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엄숙한 약속’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규정했는데, 북한이 판문점선언의 결실을 상징하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김 부부장이 담화로 문 대통령 발언을 직접 겨냥하자 “예의를 지켜라” “감내하지 않겠다” 등의 경고를 내놓으며 급속히 기류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경색의 돌파구로 거론됐던 대북특사나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도 당분간 추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국방부가 이날 북한의 군사 조처 예고에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오늘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선언 및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 받겠다고 발표한 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과 관련,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적 상황관리로 군사적 위기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수장인 김연철 장관이 최근 악화한 남북관계에 책임을 지고 이날 취임 1년 2개월 만에 사의를 표한 것도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김 장관은 학자 시절 남북관계에서의 교류·협력을 중시하며 기업 연구소와 정책 현장 등에서 남북경협과 이를 통한 평화구축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김 장관이 물러난 것은 ‘남북 협력 공간이 더욱 좁아졌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김 장관은 실제 지난해 말부터는 대북개별관광 등 제재를 우회해 북한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추진해 왔지만 대북 제재 논란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성과가 없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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