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사용후핵연료 원전이 핵폐기장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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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을 하면 할수록 원전 내에 쌓여만 가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더 이상 처리할 곳이 없어 원전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면서 원전이 실질적 핵폐기장이 될 위험에 처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건식저장시설) 증설’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3차례나 무산되면서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중장기 저장시설 건설방안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만드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극렬 반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역시 '임시저장시설' 건립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고리4호기 포화율 98% 달해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 논란
기장군 ‘지역실행기구’ 출범
“중장기 방안, 의견 수렴부터”

현재 국내에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월성원전)만 있을 뿐,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없다.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은 최종 결론 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영구처분시설은 부지 선정부터 최종 건설까지 최소 36~40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당장 2022년 3월 완전 포화에 달하는 경주 월성원전(중수로)의 경우 추가 임시저장시설로 맥스터 7기를 증설해야 할 판이다.

부산 고리원전(경수로)의 경우도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고리원전 3·4호기가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각각 97.2%, 98.0%에 달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및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고리원전에는 고리 1~4호기, 신고리1·2호기가 있지만, 고리원전 부지 내에 아직 임시저장시설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경주시,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울진군, 전남 영광군 5곳에 각각 지역실행기구를 두고, 대표성을 지닌 지역실행기구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를 결정토록 사실상 위임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부산 기장군은 이달 중으로 ‘고리원전 지역실행기구’(11명)를 출범시키는 한편,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고리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할지, 건설하면 습식시설로 할지 건식시설로 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고리원전 지역실행기구에 인접지역인 해운대·금정구 등 주민은 구성원에서 아예 배제된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전국공론화→지역공론화’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에 접근해야 함에도 중장기 로드맵도 없이 임시저장시설 확충 카드를 먼저 들고나오자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를 50년 정도 보관하게 될 임시저장시설은 사실상 핵폐기장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정수희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시저장시설 확충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지역주민한테 떠넘기기보다는 중장기 관리방안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이 먼저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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