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北, SLBM으로‘레드라인’까지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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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된 남북관계

최근 북한의 강경 행보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 정찰기 U-2S가 임무를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18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보다 더 강력한 ‘대적’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강경해진 우리 정부의 대북 비판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았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11차례에 걸쳐 남측을 비판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침묵이다. 북한이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대응을 지켜보는 식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부에선 북측이 ‘말 폭탄’을 거두고, 본격적인 군사 조치에 돌입한 징후로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 행보를 멈춘 가운데 그의 전용기와 같은 기종인 AN-148 1대가 전날 동해 방면으로 비행하는 항적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개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 전용기 동해 비행 포착
SLBM 도발 가능성 예의주시
시험 발사 땐 ‘최악 국면’ 초래
이도훈, 전격 방미 공조 논의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0시 AN-148 1대가 평양 방면에서 출발해 신포조선소 인근 함경남도 요덕군 방면을 비행했다. 김 위원장 또는 김여정 부부장이 신포조선소를 방문해 SLBM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SLBM 도발 가능성에 대해 “속단할 수 없지만 북·미 관계 불만이나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SLBM 발사 움직임들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있다”며 “북한이 SLBM 시험 발사로 도발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3000t급 신형 SLBM 잠수함 진수 또는 SLBM 발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북한은 신형 잠수함을 지난해 7월 말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북한군 주력인 로미오급(1800t)을 개량해 3000t에 육박하는 크기로 추정됐다. 북한은 여기에 북극성-3형 SLBM 3발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미국이 강하게 제지해 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 무기 도발로 이어지는 것이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도발을 막았다’는 것을 외교적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데, 현재 재선 지지율이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최악의 ‘변수’를 그냥 지켜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남북관계 파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미국과 향후 대응 방안을 긴급하게 논의하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이 본부장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는 최근 남북관계 악화 원인으로 지목된 북핵 협상 협의체 ‘한미워킹그룹’ 관련 논의와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워킹그룹은 한·미 간 북핵 대응 공조를 위해 2018년 만들어졌지만,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도록 손발을 묶는 측면도 적지 않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기류가 있다.

김여정 부부장도 전날(17일)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워킹)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언급했다.

다만 외교부는 워킹그룹의 순기능이 여전하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비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여당이 주최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안규백 의원이 워킹그룹 역할론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자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한·미워킹그룹의)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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