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형 복지체계… 제 자존심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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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희 부산 사상구 희망복지지원계장 제6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영예

“공무원은 사진만 찍고 간다는 말을 듣기 싫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사상구청에서 만난 조향희(52) 사상구 희망복지지원계장이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1990년부터 사회복지직으로 공직 생활을 해온 조 계장은 제대로 된 복지 정책 실현에 자존심을 걸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한 신념을 지켰더니 올해 4월 그에게 ‘제6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이라는 영예가 주어졌다. 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이 협력하는 복지 체계를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독사 문제가 심각한 시점에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상구 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 기관이 지원하는 5개 안전망을 만들었습니다.”

'다 함께 행복하고 따뜻한 복지망' 구축
공감마당 통해 소통·다온 뱅크도 가동

조 계장은 2017년 8월 ‘다복따복망(다 함께 행복하고 따뜻한 복지망)’을 구축했다. 고독사와 복지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주민·골목 업체·기관 등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지역보호체계를 뜻한다.

기관망, 골목망, 이웃망, 지원망, 틈새망으로 세분화해 구청뿐만 아니라 영세 사업자, 이웃 주민, 사회복지관 등을 보호 주체로 만들었다. 전화와 SNS ‘핫라인’을 두자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술에 빠진 중년 남성이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부부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다복따복망을 시작하니 자발성과 주도성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소통을 원하는 분들에게 대화의 기회를 주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공감마당’을 운영했다. 주민들에게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어떤 지원이 좋을지 의견을 들었고, 우울증이 온 주민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시간도 만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향후 동마다 공감 도우미를 통해 지속적 소통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토록 하는 게 목표다.

“복지 자원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일종의 은행도 만들었습니다. 약속을 저축하는 개념인데 지역 주민과 기업 등에서 뿌듯하게 참여하고 계십니다.”

조 계장은 지난해 9월부터 ‘다온(All On) 뱅크’를 운영해 복지 자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과 기업 등이 지원 가능한 물품 등에 대해 약속을 받는 방식이다.

미용실, 골목 식당, 안경원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 등도 참여한 상황이다. 이후 며칠을 굶었다가 긴급지원금을 신청하러 구청을 찾은 한 독거 남성은 다온뱅크에 등록된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한 여성 기업가는 백 년간 미혼모 2명을 돕고 싶다고 약속했다.

“1990년대 초 2300세대가 임대아파트로 입주한 동에서 수년 동안 복지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그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초수급자가 밀집한 곳에서 공직 생활 초기를 보냈다고 회상한 조 계장은 이후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업무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하지만, 그는 웃으며 앞으로도 어떤 업무를 맡아도 대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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