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지금이 연근해어업 구조 개혁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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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 부경대 교수·세계수산대학원 원장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영향받는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와 함께 언택트(untact·비대면) 시장환경 등 수산업에 닥친 파고도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연근해어업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연안주의, 자원 자국주의 등 현상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이러한 코로나19의 영향은 탈세계화 지역주의의 국제 수산질서로 이어져 수산물의 생산과 유통, 자본, 선원, 어업 기술, 데이터, 정보의 이동을 더욱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연근해어업은 어장과 자원 감소, 노후 어선 등에 따른 저생산의 구조적 침체가 심화하면서 언택트, 임모빌리티(immobility·부동성), 뉴노멀(new normal) 사회가 만들어 내는 불확실한 산업 환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수산업은 자연 의존적인 생명 산업
향후 성장 위해 산업 역량 강화 필요
한국판 뉴딜 사업 일환 추진 바람직
어업인의 산업 주체화로 전개돼야

수산업은 자연 의존적 식량 산업이며 동시에 생물 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 산업이어서, 코로나19 리스크인 기후 변화, 자원 위기, 환경 오염, 빈부 격차 등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수산업은 현재 대부분의 어족 자원이 남획으로 고갈 상태에 있으며, 어업이나 양식 생산 과정에서도 많은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여기다 수산물의 위생과 식품안전 그리고 어업인의 빈부 차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수산업은 코로나19 리스크와 함께 탈세계화로 이어지는 글로벌 가치사슬 분업 구조의 붕괴를 위시해 수축 사회, 기계적 생산 효율성의 경제 중시 탈피 등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방안은 무엇보다도 연근해어업의 산업 역량을 강화해 수산물 수급 체계를 연근해어업 중심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또 베트남과 같은 신흥 수산국과 연계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의 확대 적용도 바람직하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연근해어업의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어업인에 대한 단순한 지원 정책보다는 체질 개선을 통한 구조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구조 개혁은 일반적으로 불황 시기에 하는 게 효율적이며, 저성장을 감내하면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면 코로나 상황인 지금이 적기다. 수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적 차원에서 구조 개혁의 즉각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진다면 정부의 한국판 디지털 뉴딜 혁신사업으로 연근해어업의 구조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구조 개혁은 연근해어업 중 상업적 어업을 대상으로 하고, 단순 조업 형태의 연근해어업을 가치사슬 체계의 산업화로 바꾸는 방향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는 3단계로 추진된다. 제1 단계에서 연근해어업 중심의 가치사슬 산업 체계를 구축하고, 제2 단계에서는 연근해어업에 종사하는 어업인을 단순 조업 생산 주체에서 가치사슬 산업 체계의 산업 주체인 산업인으로 전환한다. 제3 단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이 체계 속에서 산업 주체인 산업인 중심으로 지속적 성장 발전을 위한 산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연근해 어업인의 경제단위 통합을 통한 산업 주체화의 전개이다. 단순 어로에 종사하는 어업인은 다양한 관련 분야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적 산업 주체로서의 산업인이 된다. 이는 어업, 양식, 가공, 유통의 가치사슬 통합 구조로 단일 어업 생산주체에서 복합 업종의 통합 산업 주체인 어업자, 어업양식업자, 어업양식 가공업자, 어업양식 가공유통업자 등과 같이 가치사슬 체계로 전개되는 복수 업종의 산업 주체가 되는 것이다. 단순 어업자에서 어업, 유통, 가공, 판매를 일체화한 경제 단위 산업 주체인 수산업자가 될 수 있다.

연근해어업의 생산과 경영 구조에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국제 수산질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기존의 관행적인 지원책보다는 과감한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산업전략적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산 위주의 단순한 어로 어업의 틀을 벗어나 시장중심 신성장 동력원을 지닌 가치사슬 체계의 산업화를 위한 기존 제도의 개혁으로 진행돼야 한다. 산업적 역량을 강화한 어업인이 가치사슬 산업 체계의 산업 주체가 되는 것은 향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수산업의 새 성장 전략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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