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국 수출 ‘0원’ 부산 車산업 생태계 한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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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지역 완성차 대미 수출 실적이 0원을 기록하면서 자동차업계 생태계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작업 모습. 부산일보DB

승용차 미국 수출 0원.

충격적인 5월 부산지역 수출입통계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가 21일 발표한 ‘2020년 5월 부산 수출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7.7% 감소한 7억 4369만 달러로 집계됐다. 부산 월간 수출액이 7억 달러 수준을 기록한 것은 2010년 2월 7억 2349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에는 대미 승용차 수출 0원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있다. 지난해 5월 8731만 달러가 미국으로 수출되던 승용차는 올해 4월 5만 달러 수출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단 1달러도 수출되지 못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승용차 수출 부진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동차 부품업계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부산 완성차 수출 70% 차지
코로나로 수출길 막혀 최악 성적
올해 말까지 부진 이어질 전망

지역 車부품업계 “주3일도 사치
협력업체들 도미노 붕괴 징조
특례보증 확대 등 지원책 절실”

■7월이면 1차 협력업체도 위기

내수시장이 작다 보니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수출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전체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미국 시장이 코로나19로 닫히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재고 쌓기, 공장 정비 등을 명목으로 자동차 부품업계들이 근근이 버텼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

최근에는 경주의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이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명보산업은 팰리세이드, 산타페, 투싼 등의 시트커버와 퓨즈박스를 생산해 왔다. 완성차의 해외 판매망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역 부품업계는 그나마 내수시장에서 선전하던 팰리세이드 등에 물량을 대던 협력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최근에 인기가 있던 차종에 물량을 대던 업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는데 물량이 돌던 2차 협력업체도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1차 협력업체들도 7~8월이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는 지역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미국 수출이 11월은 돼야 겨우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공장 문을 열려고 해도 직원들이 코로나19로 두려워 회사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그나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에서라도 문을 열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계 생태계 붕괴 시작

승용차 수출 0원에다 2차 협력업체 사업 포기까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생태계 붕괴의 징조라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기업들은 주3일 근무도 사치가 됐다. 그나마 상황이 좋은 기업들이야 주3일 근무를 하지만 전년에 비해 생산이 30% 수준이라 인건비, 금융비 등 고정비용을 빼고 나면 매달 적자다.

업계에서는 한 기업이 손을 들면 도미노처럼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업체들은 서로 연관이 돼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가 무너지면 부품 수급 차질로 관련 업체들도 모두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산을 멈추면 그만큼 또 적자가 쌓이게 된다. 또 협력업체가 “받을 것은 다 받겠다”며 자금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코로나19로 체력이 약해진 업계는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차입으로 잠시나마 버틸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업계가 2년 이상 부진을 면치 못하다 보니 차입할 수 있는 액수가 작거나 아예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자동차부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빠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가 않다”며 “전기자동차나 수소차와 같은 정책 지원 분야가 아니면 돈을 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권승민 상무는 “2018년 부품업계가 힘들자 시에서 특례보증을 8억 원까지 해 줬는데 이를 배가량 늘리는 등 당장 유동성을 마련해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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