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최악 재정 위기] (상) ‘부산’에 갇힌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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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비 지원 10년째 제자리, ‘1000억 기금’도 공수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시가 2014년 아시아 최초의 유네스코 영화 창의 도시가 되는 데 기여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한국 영화를 지원하고 세계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했던 BIFF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BIFF를 ‘부산’에서 열리는 ‘지역 영화제’로 인식하고 있고 부산시는 BIFF 독립·지원 기금 1000억 원 조성, BIFF 특별 지원 조례 제정이라는 공약만 내놓고 실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국·시비 동결이나 삭감으로 이어졌다.

정부 지원금 전국 영화제 분산
‘3년 치 열정 페이’ 부담 떠안아
시 ‘지원 조례 제정’ 공약 외면
“지원금 인건비 집행 허용해야”

■BIFF 재정 위기 원인은

BIFF의 재정 위기 상황은 심각하다. 이달 치 임직원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장 큰 원인은 단기 스태프의 3년 치 ‘열정페이’(시간 외 수당)를 지난해 해소하면서다. BIFF는 열정페이 문제 해소로 12억 원 규모의 적자를 떠안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BIFF 자체 사업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협찬마저 여의치 않아 위기가 닥쳤다.

21일 부산시와 BIFF에 따르면 올해 제25회 BIFF 개최를 위해 국비는 16억 3000만 원, 시비로 50억 5000만 원(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지원금 국·시비 각 10억 원 별도)을 받는다.

문제는 물가와 최저임금 상승, 법정 근무시간 주 최대 52시간 제도 시행 등 지난 10년간 대내외적 변화가 컸지만, 지원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3년 국·시비 지원금과 지난해, 올해는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국비 지원은 부침이 있었고 영화제 정상화 시점인 2018년부터 예전 수준으로 회복했을 뿐이다.

국비는 영화발전기금에서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 명목으로 7개 국제영화제(부산, 부산청소년어린이, 전주, 부천, 제천, 서울여성, DMZ다큐)를 지원한다. 한정된 기금에서 7개 영화제에 지원금을 나누다 보니 한 영화제에만 전폭적인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BIFF는 장기적으로 국비 지원 시 영화발전기금 대신 별도 일반회계로 전환해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칸 영화제의 경우 수도 파리가 아닌 칸이라는 소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이지만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약 50%의 예산(약 130억 원)을, 베를린 영화제 역시 약 40%(약 135억 원)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BIFF 김정윤 홍보실장은 “다이빙벨 사태 여파로 협찬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후 영화제 정상화로 회복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재정 위기가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비를 경상경비(정직원 인건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부산시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영화제는 어떤가

현재 BIFF의 재정 위기 사태는 부산시의 유연하지 못한 대처에도 원인이 있다. BIFF보다 후발주자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경우 지자체가 영화제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특히 2015년 12월 제정된 ‘부천시 영상 문화·산업 조례’를 살펴보면 제6조(재정 지원)에서 ‘부천시장은 영화제의 원활한 운영과 사업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비와 경상적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근거로 정직원 급여 일부를 시비로 집행해 영화제의 원활한 운영을 돕고 있다.

각 영화제와 타 지자체 역시 조례를 근거로 하거나 상위법을 근거로 영화제를 지원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별도의 전주국제영화제 조례를 두고 있진 않지만, 영화제가 시비를 경상경비로 집행하고 있다”면서 “문화예술진흥법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범위 안에서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에 경비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서다”고 밝혔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경우 영화제 출범과 동시에 제정한 운영 조례에 영화제 운영과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는 안이 명시돼 있다.

반면 부산시는 시비의 경상경비 집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시 하성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상위법인 지방재정법에 지방보조금을 경상경비로 집행할 수 없게 돼 있고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다. 다른 단체와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BIFF만 예외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만 한시적으로 영화발전기금 지원금의 단기 직원의 인건비 집행은 허용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경만 국제팀장은 “코로나 여파로 사업 요강에 없는 용도를 내부 검토를 통해 바꿨듯이 시에서도 조례로 길을 열면 영화제 쪽도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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