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넘자 돌아다니는 ‘헌팅족’ 민락수변공원 무너지는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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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을 찾은 많은 시민이 거리 두기를 위해 청테이프를 구획을 나눈 공간에서 식음료를 즐기며 주말 밤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속보=지난 주말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는 ‘야외 클럽’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거리 두기를 위해 2m 구간마다 청테이프로 구획을 나눈 공간(부산일보 지난 15일 자 2면 등 보도)은 밤이 깊어지자 ‘헌팅족’들이 넘나들며 무용지물이 됐다.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오후 9시께 민락수변공원. 평소 주말처럼 많은 인원이 몰렸지만, 사람들은 청테이프로 2m 간격으로 구획을 나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시민들은 거리 두기를 지키며 음주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수영구청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스탠드 77곳, 하단부 44곳 총 121곳에 청테이프를 발랐다.

이성 간 합석, 새벽까지 다닥다닥 술판
2m 구간 ‘청테이프 존’ 있으나 마나

하지만 이날 오후 10시가 넘어서자 ‘헌팅의 메카’답게, 수많은 남성이 청테이프 구간을 넘나들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로 한두 명의 남성이 다니며 “같이 술 마셔요”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턱에 걸거나, 착용조차 하지 않은 채로 다녔다. 구청 직원이 ‘떨어지자 쫌!’이라는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팻말을 들고 다녀도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 모(27) 씨는 “오후 11시~새벽 2시 정도가 수변공원 ‘야외 클럽’의 피크 타임이다. 주로 그 시간 안에 여성들과 합석해서 인근 술집으로 옮긴다”면서 “여긴 전국구 헌팅 메카라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가게에는 인파가 몰렸고, 노상에는 ‘불법주차’가 횡행했다. 가장 인기 좋은 가게는 음식을 사기 위해 30여 명이 줄지어 기다렸다. 주변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지만, 불법 주차로 빈 곳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처럼 인파가 몰리며 거리 두기가 무색해지자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이 모(29) 씨는 “많게는 8명씩 돗자리에 모여 잔을 나눠 마시는가 하면 자리별로 사람들이 옮겨 다녀 감염병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밤늦도록 술판이 이어지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은 불만을 토로한다. 시민 최 모(36) 씨는 “주말 같은 경우엔 최소 새벽 3~4시까지 술판이 이어지는 건 기본이고 날을 새우기도 한다. 너무 시끄러워 창문을 잘 열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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