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좀비물 마니아 이름 걸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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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다’

영화 ‘#살아있다’의 장면들. 이 작품에서 유아인은 혼자 아파트에 고립돼 살기 위해 애쓰는 20대 역을 맡아 열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4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있다’ 속 배우 유아인(34)의 모습은 새롭다. 매 작품 선보였던 강렬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친근하고 평범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해맑고 친숙하지만, 가볍거나 뻔하진 않다. 전작 ‘국가부도의 날’ 이후 2년 만에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 유아인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아인은 극 중 홀로 아파트에 고립돼 살아남으려 애쓰는 20대 청년 ‘준우’ 역을 맡았다. 준우는 원인 불명의 공격적인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수도, 전기, 통신, 인터넷 등 모든 것이 끊긴 집 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홀로 아파트 고립된 청년 준우 역
외부 공격 맞서 생존 위해 몸부림
초반 50분 혼자서 작품 이끌어가
혼자 리허설 영상 제작한 열정도 



유아인은 “지금껏 했던 캐릭터 중 가장 진지하지 않은 캐릭터로 돌아왔다”며 “준우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준우는 유아인이 영화 ‘버닝’ ‘완득이’ 등에서 그린 불완전한 청춘과 맞닿아 있지만, 기본 결이 다른 캐릭터. 유아인은 “너무 그리고 싶었던 이미지였다”면서 “전작 캐릭터들이 그 시대 젊은이들에 대한 시적 허용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의 준우는 진짜 옆집 청년 같다. 관객에게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어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이번 작품에서 초반 50분을 홀로 이끈다. 그 시간 그는 위기에 처한 인물의 감정선을 오롯이 그려 낸다. 특별한 사건이나 별도 장치는 없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후반부 서사가 힘을 잃지 않도록 영화의 결을 단단하게 한다. 초조와 불안, 분노, 절망을 오가는 청년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아인은 “초반부는 ‘원맨쇼’에 가까워 관객분들이 지루하게 느끼실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집에서 혼자 리허설을 여러 번 하면서 감정선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에 취해 절망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부분을 특히 많이 연습했다. 아무 음악이나 틀어 놓고 몸을 마음껏 흔드는 영상을 찍어서 감독님께 보여 드리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영화 ‘사도’ ‘베테랑’ ‘버닝’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던 유아인이지만, 장르물 도전은 처음이다. 유아인은 “좀비물 마니아라 꼭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며 “부담스럽지만, 미션을 하나씩 완수하는 재미가 있었다. 배우로서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더라”고 했다. 정체 모를 좀비들을 새롭게 표현하기 위해 조일형 감독에게 안무가를 소개하기도 했단다. 그는 “좀비물의 보편성을 살리면서 한 끝 차이에서 오는 신선함을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좀비들의 모습을 보면 약간 춤을 추는 것 같은 기괴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지점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코로나19로 거리 두기를 하는 오늘날의 일상을 떠오르게 한다는 평을 받는다. 유아인은 “이 영화는 생존과 고립, 만남, 자유에 대한 갈망이 뒤섞인 작품”이라며 “요즘의 코로나19 사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많은 분에게 공감을 전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달라진 점도 있단다. “코로나19 여파로 혼자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안 하던 휴대전화 게임도 하고 전작인 ‘밀회’를 몰아 보기도 했죠. 신기한 건 랜선으로나마 지인들과 더 많이 소통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선 이전보다 좀 더 사회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2004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유아인은 데뷔 17년 차 배우가 됐다. 10대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유아인은 요즘 삶의 ‘여유’를 고민한다고 했다. “20대 때 연기로 승부를 보고 싶어 무게감 있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이젠 좀 버거워요. 앞으론 배우와 관객 사이에 있는 막을 걷고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죠. 시국이 이렇다 보니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다시 느꼈어요. 예전에는 ‘살아지는’ 인생이었다면 앞으로는 ‘살아가고’ 싶네요. 하하.”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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