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대통령 사저 예정지 평산마을, 상생 묘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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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사회부 동부경남팀장

요즘 경남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이 화제다. 시골인 평산마을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주할 사저가 건립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근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평산마을에서 지낼 계획이다. 경호 문제로 양산 매곡동 기존 사저에서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산마을은 진시황 때 ‘서불’이라는 사람이 불로초를 구하러 동방으로 왔을 때 영지를 구한 곳이라는 유래를 가진 지산리 3개 마을(지산, 서리마을) 중 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와 가깝다. 48가구 100명 정도 거주 중이다. 문 대통령은 올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더는 정치권과 연관되지 않은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뜻으로, 평산마을은 그 뜻에 부합된 곳이 됐다.

사저 뒤쪽에는 영축산을 포함한 영남 알프스로 명산들이 즐비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김정숙 여사의 취미인 다도에 맞는 신정희 도예 등 도자기 공방도 있다. 문 대통령 부모 산소도 근처에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진 천주교 언양성당도 지척에 있어 퇴임 이후 생활에 안성맞춤이다.

하북 주민들도 문 대통령 사저 소식을 대체로 반기고 있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에 방문객이 몰리면 좁은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마을이 소란스러워져 생활이 불편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 사저는 평산과 지산, 서리마을 갈림길(지산로)에서 이면도로인 신정희길을 따라 1km가량 들어간 뒤 마을안길을 통해 150m 정도 들어간 곳이다. 길의 너비가 4~6m에 불과한 이면도로의 경우 승용차 간 교행은 가능하지만, 버스 등은 교행이 쉽지 않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어서 마땅한 주차장도 없다. 이렇다 보니 대통령 사저 건립 소식 이후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주차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주민들은 최근 마을안길 4곳에 ‘외부 차량 마을안길 통행 금지’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문 대통령 입주 전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하면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이고, 이로 인한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사저 건립으로 인한 통도사와 평산마을 주민, 방문객의 피해를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

대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좁은 사저 진입도로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 성품이나 경호처 경호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양산시가 2017년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문 대통령 매곡동 사저 앞까지 도로 확장을 계획했지만, 청와대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매곡마을 입구까지만 도로를 확장했다. 또 평산마을 땅의 상당수를 가진 통도사 역시 쉽게 부지를 내줄 가능성도 높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이 아닌 인근 마을에 주차장을 만들고, 사저까지 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양산시는 문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청와대를 포함한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통도사, 하북 주민들, 방문객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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