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위기·코로나 충격 BIFF, 위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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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5년 역사상 최악의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재정적 어려움에 내몰린 BIFF의 위태위태한 처지는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는 12억 원 규모의 적지 않은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재난 사태까지 겹쳐 협찬금 마련의 통로까지 막혔다고 한다. 이제는 직원 월급조차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올해 25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을 추진한다는 자체가 언감생심인 형국이 되고 말았다. 부산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 문화 브랜드인 BIFF가 비상은커녕 추락의 벼랑에 섰다는 건 실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지방정부 소극적인 지원 아쉬움
25년간 쌓은 국제적 명성 추락 막아야

BIFF의 위기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BIFF가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건만 이를 ‘지역 축제’로만 여기는 중앙정부의 갇힌 인식이 안타깝다. 지방정부도 적극적인 행정으로 BIFF의 미래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기를 방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00억 원 규모의 BIFF 기금을 조성하고 행정·재정적 지원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만들겠다던 부산시 공언은 실현되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진 지 오래다. 그 결과는 10년간 국비와 시비의 동결 또는 삭감으로 나타났다.

BIFF에 대한 대접을 다른 나라나 다른 영화제와 비교하면 그 초라함이 확연해진다. 프랑스 칸 영화제는 소도시에서 열리지만 국가 차원에서 전체 예산의 절반(약 130억 원)을 투입한다. 독일 베를린 영화제도 40% 선(약 135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지난해 BIFF 국비 지원액은 총예산 110억 원 가운데 16억 원에 머물렀다. 1998년부터 일반회계 예산으로 BIFF를 지원하던 정부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원 형식을 전환하면서 사실상 국비 지원 규모를 동결시킨 탓이다. 제도적 측면의 지원에서도 아쉬움이 없지 않다. 경기도 부천시나 충북 제천시 사례에서 보듯, 국내 다른 영화제는 해당 지자체가 적극 나서 조례를 만들고 전폭적 지원을 명문화했다. 시비의 경상경비 집행이 가능해지면 영화제 운영이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BIFF에 집중된 예외적인 지원이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5년 동안 어렵사리 쌓은 BIFF의 국제적 명성과 위상이 추락할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영화도시 부산’에서 BIFF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산업을 아우르는 중심축이다. 정부가 형평성만 내세우지 말고 BIFF를 전향적으로 껴안아야 하는 이유다. 부산시 역시 근시안적 행정에서 탈피해야 한다. ‘세계 5대 영화제’가 몰락의 길을 걷는 걸 보고만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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