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대학 중구난방… 사공 많은 ‘대학 등록금 환불’ 길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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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반환금 재정 마련 방안을 놓고 국무총리와 정치권, 정부 예산당국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혼란스러운 대학은 교육부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고 교육부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등록금 환급 요청에 대해 ‘불가’로 입장을 정리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차 추경에 관련 예산을 반영해 등록금을 일부 환불해 주자는 일각의 요구에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과 학생 사이에 발생한 일로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총리 “3차 추경 편성해 지원”
기재부 “대학·학생 간 해결 사안”
정치권 원칙 강조하면서 입장차
대학들 “교육부 지침만 기다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3차 추경을 편성해 등록금을 환불해 주는 대학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 기재부가 불가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재정 마련이 다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교육부도 당초 3차 추경 예산안에 1900억 원 규모의 등록금 지원 항목을 편성했지만 기재부 반대로 삭감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간접 지원’ 방안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예산으로 등록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다 대학 자구 노력을 강조하되, 일부를 우회 지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미래통합당도 “대학이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정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곳은 추경에서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은 그러나 자체 예산만으로는 등록금 반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산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돼 있어 사실상 대학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거의 없고 정부 지원금으로 사업들을 하고 있는 실정인데, 방역과 온라인 수업 장비 구입, 유학생 관리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 환불해 줄 상황이 못 된다”면서 “교육부도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 지침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는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2일 학교 측에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대학 등록금 환불 요구가 과거 ‘반값 등록금’ 논란 때처럼 사안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부산 지역 대학생들은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코로나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꾸려 대학 재정을 들여다보고 등록금 환불 요구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 대학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비싸 국가 경제력 대비 대학 등록금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준·이현정 기자 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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