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배려 없는 김종인 특위 정치에 고개 숙인 PK 초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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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임기 초반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초선 의원들 가운데 정치적 내공을 보여 주는 등 눈에 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22일 미래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에게 ‘PK에서 정책이나 정치적으로 활약을 기대할 만한 21대 국회 초선 의원이 누가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통합당 지역구 당선인 84명 중 40명이 초선이고, 이 가운데 16명(부산 9·울산 3·경남 4)이 PK 출신이지만, 지난달 30일 임기 시작 이후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통합당 각종 특위서 존재감 미미
전문성·정치 개혁 역량 부족 탓
민생 현안 지역 목소리 배제 우려
비대위 김미애도 기대 못 미쳐

통합당 지도부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당장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방위로 꾸리고 있는 당내 각종 특별위원회(특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PK 초선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특위에 외부 전문가와 함께 초선 의원들을 전면에 포진시켜 새로운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PK 초선에게는 유독 ‘러브콜’을 보내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통합당 비대위 체제에서 만들어진 원내 인사가 참여하는 특위는 경제혁신·정강정책개정·외교안보·미래산업일자리 4개에 달한다. 비대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경제혁신위 위원장을 서울 서초갑 초선인 윤희숙 의원이 맡는 등 외교안보(위원장 박진 의원) 분야를 제외한 3개 특위 위원장에는 모두 초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강정책개정특위는 김병민(비례), 미래산업일자리특위는 조명희(비례) 의원이 지휘한다. 하지만 박수영 의원(부산 남갑)이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에 선임된 것을 빼면 PK 초선 의원 이름은 이들 특위 명단에 없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젊은 초선 의원들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특위의 경우 말 그대로 관련 분야에 특별한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 들어가는 것이라 지역 안배 같은 배려는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PK 초선들의 전문성이나 정치개혁 역량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특위 조직을 당 쇄신의 발판으로 삼고, 정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원구성 문제로 파행되고 있는 국회에서 특위가 제1야당의 원내 상임위 역할을 대신해 야당으로서의 민생·정책 대안을 만드는 중심에 서게 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 경우 특위 인적 구성을 볼 때 지역의 목소리가 각종 현안에서 배제될 공산이 크다. 통합당 내 최대 지분을 가진 PK 초선들이 당내에서 수적 우위를 활용하지 못하고 각종 의사결정에서 소외되며 ‘기형적인’ 정치적 결과물만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

여성 몫으로 당 비대위에 참여하며 기대를 모은 통합당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의 존재감이 예상보다 미미하다는 관측도 지역 정치권의 걱정거리다. ‘여공 출신의 싱글맘 변호사’라는 개인 인생스토리가 개원 초반 큰 주목을 받았지만, 당 지도부격인 비대위에서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상당히 ‘야박한’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 소속 한 부산 의원은 “비대위에 의견을 전달할 일이 있어도 굳이 김미애 비대위원을 통하거나 협의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22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현재의 당명을 조만간 바꾸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정당명 중 어떤 게 가장 좋은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이름은 민주당이 가장 좋은데, 저쪽에서 가져가 버렸다”고 답하며, 정통적인 ‘보수’ 이미지를 탈색할 수 있는 이름을 선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에 대해선 “지금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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