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동한 ‘유튜버 가짜 납치극’, 처벌은 고작 과태료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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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청색 테이프를 감은 남자가 납치된 줄 알고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유튜브 영상 제작 중.’

일부 철없는 유튜버들이 돈벌이를 위해 사회적 불안감을 초래하는 영상을 제작해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부산 경찰에 ‘광안리 일대에서 사람이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온몸에 청색 테이프로 묶인 한 남자가 전면 유리가 없는 차량 조수석에 실려 있다는 내용이었다.

30대 유튜버들 ‘광안리 자작극’
차유리 부수고 테이프로 몸 묶어
“구독자 늘리려고 벌칙 수행” 황당

최근 유튜버 일탈 행위 도 넘어
“사회 불안 초래, 강력 처벌해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납치 사건으로 파악하고 인근 순찰차들을 출동시켰다. 경찰은 곧바로 수영구 민락동 일대 노상에서 수상한 쏘나타 차 한 대를 검거했다. 차 안에는 30대 남성 2명이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남성은 온 몸에 청색 테이프를 두른 채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차 전면 유리는 깨져 있었고 보닛은 찌그러져 있어, 납치 과정에서의 위험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누가 보더라도 납치 현장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들은 유튜버들로 ‘벌칙 수행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벌칙 수행 영상은 유튜버들이 벌칙을 받거나 수행하는 것을 담은 제작물로, 일반적으로 유튜버들이 프로그램 진행 중 게임에서 지면 구독자가 원하는 벌칙을 수행한다.

이들은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 이날 차 전면 유리를 부수고 차를 찌그러트린 후 또 다른 유튜버에게 청색 테이프를 감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기행을 벌였다고 시인했다. 결국 경찰은 또 다른 기행을 저지를까 걱정돼 이들을 집까지 인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방송을 하는 건 자유지만 타인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돈 벌기에 급급한 일부 유튜버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부산 북구에서 20대 유튜버가 “저는 우한 바이러스에 걸렸습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고 말하며 쓰러지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이 급히 자리를 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유튜버는 같은 달 도시철도 3호선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하는 등 일탈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독자나 유튜버의 재미를 위해 이뤄지는 행위들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두려움을 주고 나아가 사회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행위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광안리 납치 소동의 경우, 유튜버들의 기행 탓에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불필요하게 출동해 ‘치안 공백’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 대다수는 경범죄로 분류되다 보니, 제대로 된 처벌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납치 소동을 벌인 유튜버들은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각각 5만 원, 6만 원 받았다. 또 앞서 도시철도에서 코로나19 환자 소동을 벌인 유튜버는 도시철도 운행 업무를 방해했으나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따라서 이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튜버나 유튜브 동영상이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 보다 체계적인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히 유튜버나 개인 방송을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이 없어, 유튜버들이 아무리 기행을 벌이더라도 경범죄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하지만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정보통신법 등을 강화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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