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주차장 폐지부터 하더니… 땅값 올라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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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행정안전부의 스쿨존 내 공영주차장 폐지 방침에 따라 지난달 폐지된 부산진구 범천동 노상 공영주차장. 부산진구가 주민들을 위해 대체 부지를 찾고 있지만 철도차량정비단 이전에 대한 기대심리로 땅값이 올라 부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최근 부산 원도심 발전을 가로막아 온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의 이전이 결정됐지만, 개발 낭보에도 되레 인근 범천동 일부 주민들은 극심한 ‘주차난’에 울상을 짓고 있다. 개발 기대 심리로 이 일대 땅값이 치솟으면서 부산진구가 폐지된 스쿨존 주자창 대체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범천동 주민들은 “당사자 의견도 듣지 않고 덜컥 주차장을 폐지하더니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부산진구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진구는 지난달 23일 범천동 신암로에 있는 노상 공영주차장 172면 중 70면을 폐지(부산일보 5월 29일 자 2면 보도)했다. 이곳 노상 공영주차장이 있는 도로 중 300m 구간이 선암유치원 인근 스쿨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각 지자체에 스쿨존 내 노상 공영주차장 폐지를 요청한 바 있다.

범천동 신암로 노상 공영주차장
스쿨존 300m 구간 일방 폐지

철도 시설 이전 기대 땅값 급등
대체부지 매입 사실상 어려워져

2011년 개정된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지자체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으며, 이미 설치된 경우 이를 폐지하거나 자리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실질적인 시행이 미뤄져왔는데, 이를 제대로 시행하라고 행안부가 일선 지자체의 등을 떠민 것이다.

이에 부산진구는 지난달 신암로 노상 주차장 일부를 없애면서 대체부지 마련을 약속했다. 당시 부산진구 측은 “매년 10억 원가량 집행되는 지역 주차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대체 주차장을 곧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대체부지 마련에 제동이 걸렸다. 일대가 빠르게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땅값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은 부산의 대표 번화가인 서면 바로 옆에 있지만 철도 시설인 탓에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범천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올 초부터 철도차량정비단 이전이 점쳐지면서 범일동 일대 땅값이 올랐다. 이전이 확정된 뒤 매물이 없는 상태”라며 “가뜩이나 범천동은 상가와 주택이 밀집해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이제와서 구청이 주차장 부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진구도 범천동 인근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진구 주차관리과 측은 “대체부지 마련을 위해 사방팔방 알아보고 있지만 대부분 땅 소유자가 매도할 의사가 전혀 없다. ‘팔겠다’는 사람도 감정 평가액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노상 공영주차장으로 쓰기 위해서는 대상 부지가 반드시 도로와 접해 있어야 하는 등 조건도 까다로워 대체 부지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주차장을 잃은 범천동 신암로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서둘러 대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발 자재상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지자체에서 주민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현수막만 건 뒤 며칠 만에 주차장을 폐지하더니, 이제는 땅값이 올라 대체부지를 못 찾겠다고 한다”면서 “자재를 내리는 트럭조차 갓길에 대지 못하게 하니 생업에 타격이 크다. 관할 지자체에서 주차 대체 공간을 서둘러 구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부산진구 범천동 신암로 노상 공영주차장 외에도 올해 안에 어린이 보호구역에 있는 노상 공영주차장 231면을 모두 폐지할 예정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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