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살아남은 영화제, 성공 조건은 안정적 국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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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최악 재정 위기] (하) 정상적으로 영화제 열려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난 25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25년을 대비하는 야심 찬 기획을 선보일 참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 못 한 감염병 상황이 닥쳤다. 그런데도 세계 메이저 영화제 중 유일하게 온사이트(on-site·현장) 영화제로 개최한다는 목표 아래 BIFF는 25번째 영화제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3년 치 ‘열정페이(시간 외 수당)’ 지급금 12억 원이 고스란히 적자로 쌓였고 부산시의 BIFF 독립·도약 기금 1000억 원 조성, BIFF 특별 지원 조례 제정 공약은 지켜지지 않아 지금의 재정 위기가 왔다.(부산일보 6월 22일 자 1·4면)

올해 메이저 영화제 온라인 전환
코로나 위기 속 부산은 현장 고수
급한 불 ‘열정페이’, 시에서 감당
국격 높이는 영화제로 성장하려면
50억 국비 별도 편성해 지원해야

■市 추경으로 ‘열정페이’ 적자 해소를




작년 BIFF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 ‘극한직업’ 배우들의 포즈(위)와 이용관 BIFF 이사장이 영화의전당을 찾은 국회의원들에게 영화제를 설명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영화의전당. 연합뉴스·부산일보DB





BIFF는 국내외 다른 영화제와 비교해 자체 사업비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상 상황에서 협찬 축소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BIFF는 부산시에 시비의 경상경비(정직원 인건비, 관리비 등) 집행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시비의 경상경비 집행 허용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해결책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전에 약속했던 BIFF 지원 조례 제정으로 BIFF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7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BIFF의 ‘열정페이’ 적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열정페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부산시는 3억 원을 추가 편성해 일부를 해소했다. BIFF 김정윤 홍보실장은 “국내영화제 중 맏형으로서 열정페이 문제를 지적 받고 3년 치(2016~2018년)를 소급해 단기 직원에게 모두 지급했다”면서 “그때 쌓인 적자가 올해 BIFF를 원활하게 치르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25주년을 맞은 BIFF가 앞으로 25년, 더 나아가서는 100년 이상 지속하는 ‘국가 대표’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BIFF가 영화발전기금으로 국내 7개 영화제와 함께 나눠 국비를 지원 받는 형식이 아니라, 일반회계로 별도 편성해 50억 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코로나 이후 온사이트 국제영화제

코로나19로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칸영화제는 취소됐다. 칸 공식 상영작은 BIFF를 비롯해 현장에서 개최되는 여러 영화제에서 분산해 상영하겠다고 칸영화제는 밝혔다. 칸필름마켓은 지난 22일부터 시작해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다. 아시아 최대 필름마켓인 홍콩필름마트는 8월 26~2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온라인으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수준으로 현장 영화제를 치를 수 있는 곳은 현재 기준으로 한국밖에 없다. 10월 열리는 BIFF가 세계 메이저 영화제 중 유일하게 오프라인에서 치르는 첫 영화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작품의 첫 상영지가 칸이 아닌 부산이 되는 셈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BIFF를 무사히 치르면 K컬처(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 주고 나아가서는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다.

영화인들은 온라인보다는 현장에서 영화제를 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 ‘기생충’의 번역가이자 최근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된 달시 파켓 들꽃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에 온라인으로 진행해 관객과 만날 자리가 없어 많이 아쉬웠다”면서 “BIFF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아시아의 새로운 감독을 세계에 소개한다는 점과 마켓에서 비즈니스가 시작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최재원 대표는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페스티벌이고 창작자가 자신의 활동을 대중에게 보여 주는 축제”라며 “거리 두기 등 조건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열려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명필름 대표)은 “코로나 때문에 영화제를 계속 안 할 순 없지 않나.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외 게스트가 오기 힘들면 국내 게스트를 늘리는 등의 방법을 찾아서 BIFF가 영화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BIFF는 재정 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25번째 영화제를 준비 중이다. BIFF 김복근 부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문화 플랫폼이자 아시아 영화와 동반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BIFF가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부산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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