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해고 야구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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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1일 BNK부산은행 대강당에서 열린 제6회 최동원상 시상식. 주인공은 단연 두산 베어스의 린드블럼이었다. 그는 다승, 탈삼진 등 KBO리그 투수 부문 기록을 석권하며 2년 연속 최동원상을 가져갔다.

그날 주인공은 사실 한 명 더 있었다. 강릉고등학교 좌완 투수 김진욱. 그는 지난해 고교야구 21경기에 등판해 11승 1패, 평균자책점 1.58, 탈삼진 132개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강원도 강자’에 머물던 강릉고를 청룡기와 봉황대기 결승까지 이끌었다. 2회째 선정된 고교 최동원상을 김진욱이 품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3학년이 된 김진욱이 팀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의 꿈을 안고 서울 목동야구장에 떴다. 지난 22일 펼쳐진 제74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 2회 구원 등판한 김진욱은 제한 투구 수 105개를 채울 때까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11탈삼진, 1실점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경기장엔 롯데 자이언츠 이석환 대표와 성민규 단장도 있었다. 성 단장은 예선 때부터 줄곧 경기장을 찾아 김진욱을 지켜봤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의 최대 관심 선수이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이미 김진욱을 ‘롯진욱’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김진욱은 황금사자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이날 우승 깃발을 흔든 팀은 ‘무명’의 김해고 야구부였다. 2003년 창단해 단 9명의 선수로 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선수 구성조차 애를 먹었던 김해고 야구부가 보기 좋게 ‘언더도그의 반란’을 완성하며 고교 메이저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하키 도시’ 김해시의 유일한 고교 야구팀인 김해고 야구부는 그동안 시민과 언론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창단 10년 만인 2013년에야 전국 규모 메이저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 전까지 최고 성적은 8강에 머물렀다. 심지어 이번 우승 소식을 접하고서야 모교에 야구부가 있다는 사실을 안 동문도 많았다고 하니 더 말해 뭐할까.

‘투수놀음’으로 불리는 야구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믿음직한 투수의 존재가 필수다. 김해고엔 3학년 우완 김유성이 있다. 그는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 14와 3분의 1이닝 동안 21탈삼진 2실점의 빼어난 성적을 뽐내며 우수투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진욱과 함께 고교 최대어로 꼽히는 김유성은 경남 지역 연고 프로팀인 NC 다이노스행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각각 롯데와 NC 유니폼을 입은 두 고교 라이벌의 프로무대 대결이 벌써 기다려진다.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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