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방역망 속수무책 뚫린 부산항, 앞으로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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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이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국립부산검역소에 따르면 어제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의 승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나머지 5명도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추가 검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항운노조원 등도 60명이나 돼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 첫 집단 발병지였던 온천교회 이후 지역사회가 코로나19 감염에 최대로 노출된 위기 상황인 것이다. 세계적인 부산항에서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방역망 구멍이 발생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러 화물선서 16명 집단 감염, 지역 위기
매뉴얼, 컨트롤타워 등 보완책 서둘러야

러시아 화물선에서 집단 감염이 확인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21일 감천항에 정박한 이 선박은 전날 전자 검역(비대면 자가진단)으로 입항 허가를 받으면서 “선박 내 문제가 없다”고 거짓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확진자만 60만 명으로 세계 3번째인 러시아는 지금도 많은 환자가 발생 중이다. 그런데도 부산항은 아무렇지 않게 입항을 허가했다. 게다가 일주일 전 탑승한 이 선박의 선장이 러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 사실도 까맣게 몰랐다. 이를 인지한 국내 대리점이 당국에 신고하고서야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고 하니, 조금만 늦었더라면 대재앙을 피할 수 없을 뻔했다.

감염 확인 이후에도 부산항의 대처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엉성하고 한심했다. 항운노조 측은 러시아 선원의 발병이 확인되자 곧 작업 중단 등의 조치를 했으나, 항만 당국은 미온적이었다. 또 지역 보건소 등에 조치 사항을 문의했지만, 연락이 안 되거나, 당직자밖에 없다는 답변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부산시는 당일 오전까지 사실 내용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사이 해당 선박을 오간 160명의 노동자는 컨테이너 대기실에서 자체 격리 조치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세계적인 항만시스템을 자랑하는 부산항의 방역망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매뉴얼도, 컨트롤타워도 없었다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부산항이 어떤 곳인가. 컨테이너선, 일반 화물선, 원양어선 등 연간 약 2만 3000여 척의 온갖 선박이 드나드는 곳이다. 사실상 해외 항로가 거의 막힌 공항보다 훨씬 더 해외 감염원 유입의 가능성이 높은 곳임에도 방역망이 이 지경이었다니 분통이 터진다.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수개월째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시민으로서는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부산항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 같은 난맥상으로 이미 예고된 2차 대유행의 파고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내 방역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부산항이 뚫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산항은 이제라도 역량을 총동원해 구멍 난 방역망부터 완벽하게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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