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노동자 안전 ‘구멍’, 하선 금지 선박 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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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망 뚫린 부산항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들이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방역·항만 당국의 허술한 검역 시스템으로 부산항이 코로나19에 사실상 뚫리면서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던 국내 항운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향후 항만 운영 전반에 대한 안전 우려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허술한 항만 방역 시스템이 이번 사고를 통해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감천항에 입항한 아이스 크리스탈호와 21일 입항한 아이스 스트림호는 모두 비대면 방식의 전자 검역을 통과했다. 하선 금지 조건이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없다고 신고된 아이스 크리스탈호에서 23일 오후 3시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선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선원 간 왕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도 선원 간 왕래를 통한 접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코로나19로 방역 중요성이 높은 시기에 선박 내 왕래 등이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내에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향후 방역·항만당국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술한 항만 방역 관리 드러나
러시아 두 선박서 코로나 확진
선원 간 왕래 가능성에 무게
감천항 하역작업 올스톱될 듯

중수본 관계자는 “선박이 아주 근접해서 정박했기 때문에 사다리라든지 교류 수단을 통해서 양 선박 사이의 선원들이 왕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근접접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접촉자로서 분류를 했고, 해당 선박에 선원뿐만 아니라 해당 선박의 출입했던 우리 항만의 요원들까지 추가해서 접촉자로 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수본이 파악한 접촉자 현황을 종합해 보면 러시아 선박 2척에서 선원 17명이 코로나19에 무더기 확진되면서 현재까지 항만 내 접촉자가 17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스 스트림호와 아이스 크리스탈호 선원(비확진자 각각 5명, 20명), 하역 작업에 참가한 부산항운노조 조합원 124명(각각 61명, 63명), 선박 수리업체, 세관·출입국관리·검역 인력과 통역, 도선사, 해운대리점 등 그 외 접촉자 26명이 포함됐다. 방역당국은 접촉자 전원을 일단 자가격리 조치하고 24일까지 검체 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음성 판정이 나온 선원들은 선박 내에서 격리 생활을 하면서 추가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원 확진자 17명은 부산의료원으로 이송,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이번 러시아 선원 집단감염 사태가 지역사회 감염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조심스러운 판단이다. 접촉 선원들의 경우 자가격리 상태에서 검사를 받고, 2개 선박에 접촉한 노동자와 항만 관계자들이 부두 특성상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 있었던 접촉자 175명이 음성판정을 받는지 여부가 부산항 발 코로나19 파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화물선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나옴에 따라 감천항 하역작업도 올스톱 될 것으로 보인다. 접촉자로 분류된 항운노조원 124명이 모두 자가격리 대상이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23일 오후 감천항 1·3부두를 26일까지 잠정폐쇄한다고 밝혔지만, 26일 이후 대책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자가격리 노조원의 작업 중단 보상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잠정폐쇄 이후 대안을 기다려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대체인력 투입 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혜규·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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