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나간 레깅스, 일상 속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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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의 무한 변신

코로나19로 인해 실내활동이 꺼려지며, 산을 찾는 이들이 많다. 평소 보이던 중년 이상의 세대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의 경쾌한 발걸음도 자주 만난다. 덕분에 산의 풍경이 변했다. 젊은 세대들은 등산복으로 불리던 편한 바지 대신 몸에 붙는 레깅스를 입고 산을 오른다. 레깅스가 기존의 운동복에서 등산복, 일상복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레깅스의 무한 변신이 놀랍다.

워라밸·욜로 타고 일상복으로 인기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로 더 대중화
플레어팬츠·조거팬츠·반바지 일체형 등
디자인·색감 다양해지고 연령대도 확대


■민망한 패션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과거 레깅스는 민망한 패션으로 인식됐다. 심지어 내복 입고 밖으로 돌아다닌다는 말도 들을 정도였다. 레깅스는 연예인이나 모델, 뛰어난 몸매를 가진 일부 패셔니스타들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레깅스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좋아하는 일상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뿐만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도 같이 챙기는 ‘워라밸’ 문화,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 자신의 몸을 가꾸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분위기가 더해지며 레깅스는 생활 속 옷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레깅스 대중화에 불을 붙였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 안과 집 근처에 잠깐 외출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상권) 패션’ ‘원마일웨어(집에서 입던 복장으로 1마일 범위 내에는 돌아다닐 수 있는 옷)’라는 말이 등장했고, 레깅스가 이런 패션의 대표주자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코로나 시대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도 레깅스 구매와 맞아떨어졌다. 현재 국내 레깅스 패션의 대표 브랜드들이 온라인몰을 주요 플랫폼으로 판매하고 있어 굳이 쇼핑몰에 나가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고, 여기에 신축성이 아주 좋아 직접 입어 보지 않고 사도 사이즈 실패가 적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레깅스 등장

“운동복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고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죠. 요가, 필라테스, 줌바, 스피닝, 헬스 등 다양하게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어난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레깅스 전문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뮬라웨어 이안지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 매니저는 사실 레깅스로 인해 인생이 바뀐 사람이다. 과거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건강에 무리가 와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시작했고 그때 처음으로 레깅스를 입게 되었다.

“많이 뚱뚱했어요. 레깅스나 브라톱 같은 운동복은 생각도 못 했죠. 그런데 한국인 체형에 딱 맞는 명품 레깅스라며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말에 도전했죠. 입어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편하고 동시에 기능적이고 무엇보다 몸을 예뻐 보이게 하더라고요. 제가 반해서 그 후로 레깅스와 스포츠의류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결국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제가 반했던 그 브랜드에 입사까지 한 거죠.”

이 매니저는 5년간 뮬라매장에서 레깅스를 직접 판매하며 레깅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레깅스 디자인과 색감이 굉장히 다양해졌고 무엇보다 레깅스를 사는 연령대가 아주 넓어진 것 같단다.

실제로 이 매니저를 만나 몇 시간 이야기하는 동안, 매장에서 20~30대는 물론이고 40~60대의 고객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50대 한 고객은 입어 보니 좋아서 친구를 데려왔다며 적극적으로 친구 레깅스를 골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유명한 다국적 스포츠 브랜드의 레깅스가 인기였다면 요즘엔 한국 전문 브랜드들이 더 각광받고 있어요. 한국인 체형에 맞게 레깅스 길이가 딱 맞고, 한국 여성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Y존 부위를 깔끔하게 처리해서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좋아해요.”

현재 한국의 레깅스 전문 브랜드로 업계 선두주자인 뮬라웨어를 비롯해 젝시믹스, 안다르가 3파전을 벌이며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레깅스 코디, 이렇게 해보자!

요즘 나오는 레깅스는 신축성이 아주 좋고 기능성에 옷매무새(핏)까지 잘 나온다. 예전에는 몸이 너무 드러난다며 많은 이들이 한 사이즈 큰 상품을 선택했지만 이젠 자신의 사이즈 그대로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레깅스를 입었을 때 부각되는 엉덩이, Y존 라인이 부담스럽다면 바람막이 점퍼나 셔츠를 허리에 살짝 둘러서 코디하면 체형 결점도 가리고 패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여름에는 루즈한 박스 티와 잘 어울리고 겨울에는 두툼한 스웨트 티셔츠, 일명 ‘맨투맨티셔츠’와 찰떡궁합이다.

요즘에는 레깅스에 반바지나 스커트가 붙어 있는 디자인도 있으며 조거팬츠, 플레어팬츠처럼 다리 라인에 붙지 않고 약간 여유가 있는 바지형 레깅스도 많이 나오고 있다.

키가 작은 이들은 9부 레깅스 혹은 노컷 레깅스라는 이름으로 원래 바지 길이보다 짧게 나오는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상품들이 키 작은 이들에겐 레깅스 핏을 더욱 살릴 수 있다.

레깅스를 선택할 때는 구입하는 매장이나 인터넷몰 게시판에 어떤 운동을 하느냐를 알려 주면 그에 맞는 레깅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레깅스 전문 브랜드들은 운동별로 다양한 강도의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운동할 때 레깅스를 입는다면, 상의 역시 기능성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라이크라 소재로 신축성이 좋은 브라가 내장된 의류나 땀 배출과 잘 마르는 소재의 제품들이 인기가 많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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