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사람과 고양이 결국 모두 길 위의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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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삶의 터전인 길고양이들이 도시에서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3년 남짓이다. 영역 동물인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아, 서로 영역 쟁탈전을 벌이거나 안전한 출산 장소를 찾기 위해 치열한 나날을 보낸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면 사료 주변에 구더기와 벌레가 들끓고, 영역 싸움을 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상처가 곪아 괴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길고양이를 챙겨주며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슨 마음으로 길고양이들을 챙기러 다니는 걸까.

길고양이나 들고양이, 유기묘 등 주인이 없는 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사람을 ‘캣맘’ ‘캣대디’라고 부른다. 보통 하루 3~4시간을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데 할애한다. 심지어 사룟값과 영양제, 치료비는 모두 자신들의 사비로 부담한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기도 하는데 수술이라도 하면 몇백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2~3년 남짓
‘캣맘’들이 돌보지만 생존 쉽지 않아
“공존의 첫걸음은 중성화 수술”






부산 남구 대연동 재개발지역에 있는 길고양이. 빈집에 남은 길고양이는 유리 조각, 쓰레기들이 가득한 환경에 살고 있다. 김수빈 기자

 





길고양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캣맘, 캣대디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캣맘으로 인해 주거 지역에 길고양이가 늘어나고, 이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과 캣맘과 주민 간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9년째 캣맘 활동을 하고 있는 장정희(50) 씨는 “밥을 주고 있는데 어떤 모녀가 와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면서 고양이 밥그릇을 다 집어 던져 눈물이 났다”며 “그래도 제가 밥을 주지 않으면 애들이 굶으니까 무서워도 밥을 주러 다닌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재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관련 사건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캣맘·캣대디를 향한 시선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7년째 다대포에서 캣대디로 활동 중인 조성렬(70) 씨는 “처음 밥 주러 다닐 때만 해도 고양이를 발로 차고 폭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밥 주러 다니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혐오적 시선뿐만 아니라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되는 재개발사업도 길고양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매일 대연동 재개발 지역에 밥을 주러 다니는 정희 씨는 “재개발로 주민들이 다 떠나면서 유리 조각, 깨진 타일, 쓰레기봉투가 즐비한 환경에서 길고양이들이 지내고 있다. 건물은 허물어져 가고 있는데 아픈 애들은 많고 걱정이 된다”며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부산시와 일선 구군, 캣맘 등이 협조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구조를 하고 중성화 안 한 아이들은 수술해서 이주 방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고, 지원도 되지 않는 활동을 왜 계속하는 걸까. 성렬 씨는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밥을 주던 아이들이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거나, 사체로 발견되면 심적으로 고통스럽다”며 “그렇지만 처음에 경계하던 아이들이 나를 따라오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캣맘, 캣대디들은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그런 환경을 위해서는 중성화가 첫 번째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발정기 때 내는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개체 수 조절도 가능하다는 것. 개체 수 조절이 되면 관리가 되고 캣맘, 캣대디가 밥과 물을 챙겨주기가 더욱 편해진다. 그러면 밥이 없어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일도 없어진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밥과 깨끗한 물만 잘 마셔도 길고양이의 수명이 조금 늘어난다.

정희 씨와 성렬 씨는 “길고양이의 생명이 달린 일인 만큼 서로의 이해가 조금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며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박진홍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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