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70주년, 대결과 갈등의 시대 접고 평화체제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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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오늘, 남북관계는 어두운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그동안 기울인 노력들을 생각하면 남북이 손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역사적인 드라마가 펼쳐져야 하건만, 소망과 달리 현실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진전없는 북·미 관계의 교착 상황에서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대남 돌출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아슬아슬하다. 6·25 70돌을 맞아 다시금 뼈아프게 새겨야 할 사실은 더 이상 긴장과 대결의 시대로의 회귀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힘겹게 쌓아 온 화해의 노력 물거품 위기
남북, 평화 원칙 되새겨 다시 협력 나서야

남북관계가 한순간에 한 치 앞을 모르는 형국에 빠진다는 자체가 6·25전쟁이 여전히 한반도 상황을 규정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그만큼 연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전단 살포를 꼬투리 잡아 대남 비방전을 펼치기 시작하더니 개성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데 이어 개성공단과 비무장지대, 금강산 관광지구 내 병력 재배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남전단 살포와 확성기 대남 방송을 재개하겠다는 공언에 우리 정부도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 이전에 소모적이고 무익한 공방은 자제해야 한다.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이라도 발생할 경우 한반도의 시계는 다시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동안 힘겹게 쌓아 온 남북관계 개선·화해의 역사들을 찬찬히 되돌아보자.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 등의 원칙을 담은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과 금강산관광·개성공단 같은 남북협력 사업들이 빛을 보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7년 남북 정상의 10·4 선언 이후 11년 만인 지난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핵화 일정 제시, 경제·민간 분야 협력 재개, 군사합의서라는 거대한 진전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이런 남북 화해와 평화 정착의 노력들이 허무한 물거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북한이 그동안 쌓은 신뢰까지 뒤엎고 비이성적인 돌출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조급함의 발로로 보인다. 특히 위기의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킨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폭로를 보면, 한편으로는 북한의 처지가 이해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화해와 평화의 노력을 걷어차는 행위는 용납받을 수 없다. 다행히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고 어제 대남 확성기를 다시 철거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 전쟁의 교훈은 한 마디로 평화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6·25전쟁의 70돌을 맞아 남과 북이 뼛속 깊이 되새겨야 할 단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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