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69)존재의 탐구자, 김아타 ‘On Air Project 077-1,077-2,077-3,077-4 077-5, The Last Supper, 13 People’

김아타(Atta Kim, 1956~) 작가의 본명은 김석중이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나(我)와 타(他)자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아타’로 개명했다. 학문적으로 사진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유년기부터 줄곧 가슴에 품고 있던 사진에 대한 관심이 성인이 된 이후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이후 ‘정신병자’ ‘인간문화재’ 같은 다큐멘터리 성향의 시리즈 작품과 존재에 대한 사고를 내포한 ‘세계-내-존재’ 시리즈, 관념으로부터의 해체를 담은 ‘해체’ 시리즈를 발표하며 예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는 자신이 고안한 투명 아크릴 박스 안에 알몸의 인간을 가둬 촬영한 ‘The Museum Project’ 시리즈를 발표했다. 박스 안에 갇힌 인간의 모습을 통해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역사성과 유물적 가치가 있다’는 작가의 존재론적 사고를 작품에 투영했다. 파격적인 설정과 철학적 탐구를 수반하는 이 시리즈는 국제 무대에 김아타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2002년 이후 제작한 ‘On-air Project’ 시리즈로 작가는 또 다른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다. ‘On-air Project’ 시리즈에서는 이미지의 중첩과 함께 카메라의 장노출 방식을 병행하면서 존재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보다 진전된 형식으로 발전시킨다. 모든 이미지를 재현하고 기억하려는 사진의 속성과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는 자신의 신념을 대비시켜 존재의 실체를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탐구는 2006년 뉴욕 ICP 개인전 당시 뉴욕타임스로부터 ‘철학적 사고가 극히 참신한 작가’라는 격찬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The Museum Project’와 ‘On-air Project’ 각 1점씩을 소장하고 있다. 소개하는 ‘On-air Project’는 시리즈로 2006년 뉴욕 ICP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차용해 5장의 사진이 연결되는 구조로 총 길이 8.8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나신의 모델 13명이 예수와 12명의 제자 역할을 번갈아 가며 연기한 65장의 사진을 포개서 만들어 냈다. 각각의 개성을 뚜렷하게 찾을 수 있는 원작과는 달리 형체만 있고 형상은 없는 사진이다. 작가는 등장인물을 겹치면서 예수 속에 유다, 유다 속에 존재하는 예수의 잔상을 비춤으로써 인물의 차이를 해체하여 존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장시간 노출과 이미지 중첩 등의 방법을 통해서 제작한 이 작품은 사진 매체가 보여 줄 수 있는 가능한 방법으로 만들어 낸 김아타의 독특한 사진미학을 보여 준다. 동시에 작가 특유의 동양적 사유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