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후반기 발목 잡는 ‘정규직화·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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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공사 직원들이 보안 검색 노동자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추진해 온 비정규직 축소, 부동산값 안정대책 등 핵심 정책들이 집권 후반기를 맞은 현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1900여 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키로 하자 후폭풍이 몰려왔다.

기존 공사 직원들과 보안검색 요원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 다른 공사의 보안검색 요원들, 취업준비생들이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문 대통령 핵심 정책들 후폭풍
인천공항 정규직화 거센 역풍
반대 국민청원 20만 명 동의
6·17대책 불구 아파트값 상승
정의당·시민단체도 강력 비판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고용 과정에서 일부 탈락자가 생길 수 있어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공사의 기존 정규직 노조는 현재 정규직 노조원보다 많은 1900여명의 직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취임 사흘 만에 직접 찾아간 적이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24일 오후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공공기관 채용 때 국가공무원과 같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로또 취업 방지법’(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인천공항의 ‘묻지마 정규직화’는 대한민국의 공정 기둥을 무너뜨렸다”며 “인천공항은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로또 정규직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약속을 굳게 믿었던 젊은이들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통령 찬스’로 특혜를 받았다고 보는 것”이라며 “명백한 새치기”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안정대책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역대급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 21번째 규제인 6·17 대책을 놓고 현 정부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이 오히려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무려 52%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3% 하락, 박근혜 정부는 29% 상승했다는 통계자료와 비교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심상정 대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6·17 대책도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소진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해 “부동산 대책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보완 대책을 언급한 것 자체가 그동안 발표한 정부 대책이 실효성 없는 뒷북 대책, 땜질 대책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정부 또한 부동산 투기 카르텔의 일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연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리기에 나서는 배경엔 전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지렛대 삼아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핵심정책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전력을 쏟은 부동산이나 비정규직 대책이 이제 막 성과를 내려고 하는 단계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면서 정책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후반기를 맞아 정책의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시점이어서 정책노선을 수정하거나 보완대책을 내놓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활동보고회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두 현안이 현 정부의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서민층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여서 자칫 여권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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