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항 러시아 선원과 접촉자 수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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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 감천항에서 방역 요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16명이 나온 아이스 스트림호 주변 부두를 소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부산 감천항에서 러시아 선박과 접촉한 사람 수가 몇 시간 사이 무더기로 변경돼 방역당국이 책임회피식 방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최악의 경우 검역당국이 접촉자가 아니라고 분류한 사람 가운데 지역사회 전파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오전 부산시는 확진자 17명이 나온 감천항 러시아 선박 2척과 접촉한 접촉자 수가 211명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아이스 스트림호 선원 5명과 아이스 크리스탈호 선원 20명을 제외한 접촉자 150명에다, 24일 추가 역학조사 끝에 아이스 크리스탈호에서 작업한 61명이 추가됐다. 지난 18일 입항한 이 배 선원들과 접촉한 전체 인원이다. 하지만 이 61명 중 47명은 24일 오후 2시 부산시 브리핑 때까지 연락 두절 상태였다. 이 중 일부는 정확한 신원과 연락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市, 61명서 14명으로 수정 공지
지역 사회 전파자 나올 가능성도

국립부산검역소 관계자는 24일 오후 4시께 “배에 올라 하역 작업을 한 항운노조 조합원 63명 외에 현재까지 61명이 추가로 크리스탈호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신원이 파악된 14명에 대해서는 자가격리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시간 뒤인 이날 오후 6시, 검역소는 아이스 크리스탈호 추가 접촉자는 61명이 아니라 14명이라고 긴급 수정 공지했다. 처음 발표한 61명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47명을 접촉자에서 제외한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전 10시 자료를 낸 지 8시간 만에 “47명은 접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검역소가 접촉자 통계를 수정했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부산시 홈페이지 등의 통계도 긴급히 수정됐다.

아이스 크리스탈호는 18일 접안한 뒤 19일부터 전기 등 일부 선박 수리 작업을 벌였고, 선박 관계자 등이 수차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 1명이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접촉자 61명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만일 연락이 닿지 않은 접촉자 47명 중 한 명이라도 무증상 감염 상태라면 자가격리 통보도 받지 않은 채 자신도 모르게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감천항발 지역사회 감염’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역당국이 47명이 접촉자가 아니라고 통계를 바꾸면서 엄격하게 방역에 나서도 모자랄 상황에 미확인 접촉자 격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구역인 감천항 내에 출입했던 6일간의 기록은 있으므로 출입자 전체를 조사하거나 러시아 선박 인근 접촉자의 자진신고를 받는 적극적인 검역이 가능하지만 책임을 회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검역소 관계자는 “아이스크리스탈호 확진 선원 1명이 지난 22일 밤 아이스스트림호 선원들과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21일 이전 아이스크리스탈호 작업자 47명은 접촉자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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