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남권 관문공항 수요 반영 않은 검증결과 수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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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강 신공항교수회의 공동대표 동의대 명예교수

지난달 31일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총리를 만나 검증위의 역할을 기술적 검증에 국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김해신공항의 백지화 여부에 대한 결정은 고도의 정책적 판단을 수반하므로 검증위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검증위가 정치적인 후폭풍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증결과는 신공항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부·울·경이 총리실의 검증결과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조건의 충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과 국토부의 기본계획에 제시된 관문공항의 필수요건을 기준으로 김해신공항이라는 대안의 적절성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총리실 검증위에서는 안전, 소음, 환경, 시설·운영·수요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검증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울·경과 국토부가 생각하는 관문공항의 구체적인 요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관문공항이 현재의 공항위계에는 없는 개념이며, 문 대통령의 공약에서 추상적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언은 “인천공항 재난 시 대체 가능한 관문공항”이라 볼 수 있는데, 이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전략적 개념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국토부가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부·울·경과의 합의를 통하여 제시한 관문공항의 요건으로는 연간 3,800만 명 수요처리, 장거리 국제노선 취항 등이 있지만 역시 4개 분야가 명확하게 구체화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검증위가 동남권 관문공항의 요건을 보다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도를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총리실에서는 그러한 과정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부·울·경 검증단이 2018년 10월부터 6개월 이상 김해신공항을 검증한 결과에 의하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는 크게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부·울·경 검증단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총리실이 검증하는 4개 분야에서 안전과 소음, 환경 3개 분야는 기술적 측면이 강하므로 검증위원들도 어느 편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비교적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항공수요는 미래 예측의 변수가 많아 총리실의 검증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정책적 판단이 불가피할 것이다.

부산시는 2016년 김해신공항 지정 당시 2046년 기준 민간항공수요 연간 3,800만 명을 전제로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2017년 기재부 주관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2046년 수요가 2,764만 명으로 줄었다. 후속적으로 진행된 기본계획 과정에서 국토부는 부·울·경 당국자에게 김해신공항으로 3,80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2046년 기준 항공수요는 2,701만 명, 2056년 2,925만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시설공급은 가능하나 수요가 없으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부·울·경에서는 국토부에 수요 3,800만 명을 충족시킬 방안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총리실 검증과정에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수요가 적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토부에서 주관했던 김해공항 수요 예측이 언제나 실적치보다 낮았던 점과 공항의 일반적인 요건이 확장성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엄밀한 수치적 예측보다는 여유 있는 용량의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또한 인천공항 재난 시 대체 가능한 공항이 되기 위해 역시 여분의 용량도 확보해야 한다. 동남권 관문공항의 수요 3,800만 명은 이미 2016년부터 형성된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합의로,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모든 검증 결과가 수용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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