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볼모로 배수진 친 여야, 대화·협상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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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에 복귀해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이 의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로 6개 상임위에 배정하고, 민주당이 이들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데 대해 반발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지 열흘 만이다. 국회 복귀를 환영한다. 국회의원은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여전히 상임위원 배정 명단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일정에 진척이 없어 안타깝다. 21대 국회가 2004년 제17대 국회 이후 가장 이른 시일에 법정 시한을 지켜서 개원한 보람이 사라지게 생겼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5조 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엊그제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3차 추경안 심사 착수가 안 돼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국민을 볼모로 여야가 배수진을 치고 있으니, 경제 수장으로서 왜 안 그렇겠는가. 어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지속할 경우 1년도 못 버티고 파산하는 가계가 76만 가구에 이르고, 기업의 절반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제때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35조 원 규모 3차 추경안 제출 3주 지나
혈세 낭비 막는 엄정한 심사 당장 필요

주 원내대표는 3차 추경안에 대해 “1차 추경도 미집행 상태에서 쓸데없는 엄청난 게 올라와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3차 추경을 대폭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상 최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3차 추경안을 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통합당은 “여당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니까 마음대로 해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를 바로 가동해 엄정한 추경 심사로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국민들은 그런 일을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에게 국회 원 구성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국회의장은 야당 입장을 들어보고 좀 더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라니 바람직한 모습이다. 거대 여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한다면 국민 눈에는 오만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여야는 막판까지 협상을 해야 한다. 현재 국회 원 구성에서 여야 갈등의 핵심은 법사위원장이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돌려주지 않는 한 야당 몫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박 국회의장은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는 안을 제시했다. 정의당은 법사위의 법제 기능과 사법 기능을 분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것은 통합당의 안과 같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방안이 이미 나와 있다. 대화하고 협상하는 국회, 민생국회의 모습을 제발 보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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