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국공 사태’, 비정규직 정규화 사회적 합의로 풀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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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1900여 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직고용한다고 발표한 뒤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에 반대’하는 글에 23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특히 선망의 대상인 공기업을 목표로 그동안 힘들게 준비해 온 취업준비생들이 극심한 허탈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오랜 국내 경기 침체로 심화한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결국 사회 구성원 간 갈등으로 분출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다.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문제가 우리 사회의 첨예한 현안임을 모르지 않을 정부의 성급하고 엉성한 일 처리가 이번 일을 유발한 셈이어서 더 안타깝다.

인천공항공사가 발표한 비정규직의 정규화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상징이다. 노동계는 그동안 꾸준히 이를 요구해 왔고, 국민 사이에도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이번 정규화는 대통령의 약속 이후 3년 만에 이뤄졌다.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임금, 휴가 등에서 차등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문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하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약 40%에 달할 정도다. 고용 불안 등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면 비정규직의 정규화는 어떻게든 계속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극심한 일자리 부족이 갈등으로 분출
공정 가치 위에 정규화 합의 도출해야

그런데도 취업준비생 등 청년층이 극심하게 반발하는 것은 채용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취업준비생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최고의 직장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힘들게 스펙을 쌓아 온 청년들은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화로 자신들의 고용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청와대가 신입 공채 전형과 이번 정규화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호소력은 의문이다. 취업 자체가 어려운 청년들에겐 민간 영역에서의 상식적인 정규화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소외감과 박탈감이 불만으로 표출됐다. 일자리를 갈구하는 청년들의 답답한 심정이 충분히 헤아려진다.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통한 불완전 고용의 해소와 채용 기회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은 어느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서로 반비례의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청년들의 불만과 파장을 헤아리지 못한 정부 당국의 무신경 탓이 크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도 이해당사자의 여론 수렴과 공감 없이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후폭풍을 낳았다면 반성할 일이다. 서로가 약자인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 간 ‘을과 을’의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 이참에 정부는 우리 사회의 공정 가치를 다시 한번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정규화의 사회적 합의도 적극적으로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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