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직고용” vs 청년층 “역차별” 격화되는 을들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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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 후폭풍

25일 부산 김해공항 국내선 4번게이트 맞은편 공터에서 공공연대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파견법 전면폐기 등을 주장하며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직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의 후폭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직고용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공정한 취업을 주장하는 청년층의 반감도 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가 노(勞)와 노, 을과 을의 갈등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노노 갈등 양상으로 반발 확산
노조 ‘차별 반대’ 김해공항 집회
취준생 “공채 않고 전환 불공정”
“고용 정책 전반 세심히 살펴야”


■노조 “자회사 직원, 직고용해야”



공공연대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은 25일 낮 12시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내선 4번 게이트 맞은편에서 ‘2차 중식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공공노조는 “공공기관의 용역 위탁을 받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노조는 국회가 파견법을 전면 폐기하고, 공공기관이 자회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촉구했다.

공공노조 관계자는 “정규직임에도 용역 시절보다 낮은 임금과 대우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자회사를 둔 공공기관은 잡음이 일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해 벡스코와 울산항만공사 등 13곳이다. 이곳에서 종사하는 자회사 직원은 총 3035명이다.

그러나 공공기관마다 자회사 직원의 직접 고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당장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만 해도 “공사에서 자회사 직원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직접 고용하려면 채용 기준을 모두 바꾸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회사에서 17명이 직고용을 요구 중인 벡스코 측도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시설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까지 모두 직고용하면 비용 측면에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청년들 “공정은 어디 갔나”

공공기관 자회사 직원을 직고용하라는 노조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감을 표출한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한 곳이다. 꿈의 기업에 공개채용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불공정한 처사라고 주장하는 취업 준비생이 크게 늘고 있다.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글에 2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23만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곳(공기업)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면서 “평등이 아닌,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 준비생모임’은 ‘인국공 사태’가 고용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마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와의 합의를 무시한 채 기습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했다”며 반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취업 준비생 A(28) 씨는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전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일”이라며 “비정규직 근무 환경 개선도 좋지만,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은 청년들에게 심한 박탈감을 준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인국공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로 ‘고용 불안정’과 ‘불공정성’을 꼽았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영 교수는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 파이가 줄어 자신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과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쉽게 정규직 자리를 얻었다는 생각에서 ‘불공정성’을 느낀다. 정부는 청년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와 고용 시장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배·서유리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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