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일본과 인접하다” 부산으로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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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 역사 재조명

1954년 당시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앞에 있던 입구 안내판.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유엔기념공원은 왜 부산에 자리 잡았을까.’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전사자의 시신과 유해는 전국 곳곳에 가매장돼 있었다. 유엔군의 치열한 전투를 기념하거나 상징하는 장소도 많았다. 그러나 유엔기념공원이 다른 곳을 제쳐 두고 부산에 자리잡은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전사자 수습·안치·본국 송환 용이
日에 시신 보내 부검·사인 등 분석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최남단에 위치한 부산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전사자 수습과 안치를 할 수 있었다. 또 대형선박의 입·출항이 용이한 항만을 끼고 있어 유엔군 전사자들의 본국 송환도 어렵지 않았다. 일본과 가까운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유엔군은 전투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전사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부검을 실시해 사인을 파악했다. 유엔군은 당시 치열한 전투로 전사자가 많아지자, 시신을 일본으로 보내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유엔군 사령부는 1951년 1월 당시 당곡마을이었던 현재의 유엔기념공원 위치에 묘지를 조성했다. 같은 해 4월 묘지가 완공되면서,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가매장됐던 유엔군 전사자의 시신과 유해가 안장되기 시작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당시에 용당 바다 인근은 시신을 덮고 있던 방수포를 버리던 곳으로, ‘피바다’로 변해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에 밀려드는 전사자를 국내에서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인근 일본으로 보내 부검을 실시해야 했다”면서 “이제는 소속이 나오지 않은 무명용사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당시에 일어났던 특정 전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기념묘지를 향해 세계 곳곳에서 1분간 묵념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부산에 안장된 유엔군 참전용사들에게 국제 기준의 현충일인 11월 11일에 1분간 묵념하는 행사이다. 이날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전사자 추모일로, 미국에서 제대군인의 날이자 영연방 국가의 현충일이기도 하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2008년부터는 정부 주관행사로 격상됐다. 2014년부터는 유엔참전 21개국과 함께하는 국제추모행사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 ‘턴 투워드 부산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식’엔 참전용사와 유가족,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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