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터키군이 미군보다 더 많은 이유는 ‘전사지 안장 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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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 역사 재조명

‘제70주년 6·25전쟁 UN군 참전 전몰용사 추모제’가 열린 25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한국자유총연맹 부산지부 회원들이 유엔군 전몰 용사 묘역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수만 명이 전사했으나, 현재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사자는 23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미국보다 영국, 터키 등 다른 국가의 안장자가 훨씬 더 많다. 전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 부산에 있으나, 정작 부산 시민들에게는 낯선 곳이다. 대다수 시민은 단지 한국전쟁 때 숨진 유엔군 전사자들이 안장된 곳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25일 자 1면에 유엔기념공원 안장자 명단을 게재한 데 이어 ‘가깝지만 먼’ 유엔공원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1951년 조성 때 1만 1000명 안장
현 11개국 2309구보다 5배 많아
미군 유해 3만 구 대다수 본국행
본인 등 희망으로 39구 부산 남아


■초기엔 1만 1000명 시신·유해 안장

한국전쟁 발발 이후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1951년 1월 유엔기념공원이 현재 위치에 처음으로 조성됐다. 당시에는 유엔군 1만 1000명의 유해가 안장됐다. 현재 11개국의 2309구보다 5배 정도 많았다. 한국전쟁에는 병력을 지원한 국가 16개국, 의료지원국 6개국 등 총 22개국이 참전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벨기에,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그리스, 필리핀, 태국 등 6개국은 자국 장병들의 유해를 모두 본국으로 이장했다.

미국의 경우 해외에서 전사한 군인을 예우를 갖춰 본국으로 환송해 가는 정책을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미군 사망자는 유엔군 사망자 4만 896명 중 89%인 3만 6492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현재 유엔공원에는 미군 유해 39구가 안장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휴전 후 한국에서 계속 근무하거나 다시 배치돼 근무하다가 숨졌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기억과 애정이 각별해 한국에 묻히길 원했다고 한다.

미군 안장자 명단을 살펴보면 89세, 75세 등 고령이 눈에 띈다. 이 중 89세 일기로 생을 마감한 리처드 위트컴 장군은 전후에도 한국에 남아 전쟁 고아를 돌봤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 때 군수 물자를 풀어 이재민 3만여 명에게 잠을 잘 천막과 음식을 나눠줬다. 또한, 고아 진료를 위해 부산 메리놀병원 건물을 지을 때 건축자재와 공병부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타계하기 전에는 “죽으면 미국이 아닌 한국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영연방 국가 전사지 안장 관례

참전국 중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는 전사자를 전사지에 안장하는 관례가 있다. 터키 역시 이슬람교 문화를 따라 전사자를 숨진 곳에 안장하고 있다. 그래야 영혼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등은 전사자를 본국으로 이송하는 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덴마크, 인도,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총 5개국에서는 전사자가 한 명도 없었다.

유엔기념공원의 안장자 중 대다수는 19세부터 20대 초·중반까지 청년들이다. 참전국 다수 국가가 징병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전쟁이 갑자기 발발하자, 각국의 청년들이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선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경우 한국전쟁 발발 직후, 중공군 개입 이후 많은 청년을 징병했지만, 이들은 1개월도 채 훈련받지 못하고 전선에 투입됐다. 주로 젊은 층이 사병으로 전선에 참여했기에 많이 전사했다”면서 “당시 미국은 군 제대 이후 혜택이 많았고, 경제 상황도 나빠 많은 젊은이가 지원해서 참변을 겪었다”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 안장자 중 105명은 무명용사다. 무명용사 대다수는 이름은 밝혀졌으나, 국가나 소속이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프랑스 출신 안장자들의 경우 나이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관련 정보를 유엔기념공원에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엔공원 측은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안장자 정보를 받아 공원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유엔공원은 단순히 전사자만 묻힌 곳이 아니라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을 생생히 담은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라며 “이 때문에 다수참전국의 참전용사가 이곳에 안장되길 희망하고 있다. 희망자들은 2015년부터는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사후에 이곳에 안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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