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들 찜통 등원 할 판, 수업일수 줄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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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개원이 늦춰진 유치원이 수업일수를 맞추느라 한여름에도 ‘찜통교실’로 등원을 해야 할 판이다. 이달 초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수업일수 감축 검토’ 지시가 있었음에도 교육당국이 어떠한 지침도 내려주지 않아 일선 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25일 “초·중·고의 경우 4월부터 순차적인 온라인개학을 통해 수업일수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유치원은 온라인 수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5월 27일 등원을 실시할 때까지 수업일수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유치원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계속해서 등원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호소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도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 1만 685명의 청원 서명이 포함된 시행령 개정 촉구 청원서를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늦은 등원에 온라인 수업도 안 돼
최소 162일 수업 턱 없이 부족
교총·유치원교원연합회 이어
유치원노조도 교육부 결정 촉구

유치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등원은 미뤄졌지만 돌봄이 필요한 유아를 위해 긴급돌봄을 계속해서 지원해 왔다. 이와 동시에 놀이꾸러미 등을 가정으로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다. 문제는 이 같은 활동이 수업일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치원의 수업일수는 연간 180일이며 이 중 10%까지는 자체 감축이 가능하다. 그러니 남은 기간에 최소 162일의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유치원이 쓸 수 있는 방학일수는 45일 정도다.

25일 부산시교육청이 유치원 학사일정 자료를 받아 본 결과 공립 대다수가 7월 31일 방학식을 하고 8월 중순~9월 1일 개학을 해 대략 2~4주 정도의 방학을 하게 된다. 만약 여름방학에 30일을 썼다면, 겨울방학은 5일, 학년 말 방학은 10일 정도가 되는 식이다. 지난해의 경우 여름방학만 45일 정도였다.

특히 학교 병설유치원 등 공립유치원은 방학 중 공사 등의 이유로 여름방학이 아예 실종되는 경우도 있어 반발이 큰 상황이다. 허은미 부산교사노조 부위원장도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들의 경우 여름방학 공사 때문에 인근 다른 학교로 가 교실을 빌려 쓰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민원이나 마찰이 많아 어려움이 크다”면서 “무엇보다 초등학교 방학기간과 일치되지 않는 경우 위탁급식을 해야 하는데, 올해 그런 곳이 많아 도시락 업체들이 물량을 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고 이에 따라 위생과 급식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이번 여름방학 일수는 대체로 1주일 혹은 열흘, 아니면 최대 2주일 정도로 시교육청에 보고됐다. 사립유치원 역시 방학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였다. 박정순 부산유치원연합회장은 그러나 “원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학부모 마음을 붙들기 위해서는 방학을 최대한 줄여 돌봄 부담을 줄여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교육부는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가장 큰 고민은 방학을 늘릴 경우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이다. 개학 연기가 계속되면서 학부모들의 연차 소진이 많은 상황에서 또다시 돌봄 공백이 발생하면 학부모의 반발이 클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원격수업과 체험학습을 수업일수로 인정하는 대안을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교사단체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며 수업일수 감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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