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뱀장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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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이 현직 검찰총장을 향해 “법뱀장어”라며 날 선 비판을 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 권력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권한을 이용해 ‘자기 측근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공격한 것인데, 여야 간 정치 공방으로 번진 이 사안의 사실 여부는 정치권이 가릴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검찰총장을 뱀장어에 빗댔을까. 아마도 미끈미끈한 표피를 가진 뱀장어가 사람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점을 집어 비꼰 것으로 보인다. 뱀장어가 이를 안다면 정말 어이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뱀장어의 표피가 미끄러운 것은 점액질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주성분은 수분이지만, 염분과 ‘뮤코’라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악성 세균이 체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한다. 또 이 뮤코는 사람에게는 여름에 지친 위장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 흡수를 도와주며 입맛을 살려 준단다. 이러니 예로부터 훌륭한 보양 음식으로 대접받아 온 것인지 모르겠다.

보양 음식으로 인기지만, 사실 뱀장어는 아직도 그 생태적 신비가 완전하게 알려지지 않은 어류다. 어디서 알을 낳아 어떻게 사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60cm 안팎의 성어가 되면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데, 수천km를 헤엄쳐 도달한 태평양 서부 해역의 심해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해 바다에서 부화한 어린 실뱀장어는 다시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어민들이 이를 기다렸다가 잡아 양식한 뒤 시중에 내놓는 것이 일반인이 보통 먹는 뱀장어다. 하지만 치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뱀장어 가격은 여전히 비싼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뱀장어의 인공 부화와 양식이 시도됐다. 그러나 산란과 부화 등 생태 자체가 워낙 신비에 싸여 어려움이 많았다. 심해에서 이뤄지는 뱀장어의 산란 장소를 역추적해 알아내는 데만도 수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초반에 들어서야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까스로 완전 양식에 성공했지만, 아직 상업적인 대량생산 체계까지는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귀한 뱀장어가 이달 들어 낙동강 하구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의 3차 개방 이후 바닷물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면서 따라서 올라 온 것으로 분석됐다. 농어, 점농어, 멸치 등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수역에 서식하는 어종도 다수 발견됐다고 하니, 낙동강 하구가 예전처럼 다시 민물과 바다 어류가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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