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BIFF 재정 위기 급한 불은 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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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균 문화부장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재정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은 솔직히 충격적이다. 지난 3년 치(2016∼2018년) 단기 스태프의 시간 외 수당(열정페이)을 지난해 BIFF 측이 해결한 게 주요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BIFF 측은 12억 원 규모의 적자를 안을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로 올해 재정 운영이 어렵게 됐다. 코로나19로 협찬이 줄어든 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고 정직원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가 불거지자 부산시는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일단 7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BIFF의 적자를 메울 계획이다.

市 추경으로 BIFF 적자 해결했지만
영화제 사업비 축소 위험 여전히 상존
市 지원 조례 제정, 국비 확충 절실해
BIFF도 과감한 혁신·새로운 시도로
국가대표 영화제 임을 재확인 시켜야



하지만 문제는 상존한다. 앞으로도 BIFF는 매년 단기 스태프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해서다. 게다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BIFF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가 상승, 법정 근로시간 최대 52시간 제도 등으로 정직원 인건비와 관리비가 오를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BIFF 한 해 예산은 110억∼120억 원 정도로 사실상 변함이 없다. 시비와 국비가 거의 동결 수준이다. 총예산이 일정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영화제 사업비가 줄어드는 걸 뜻한다. 사업비가 축소되면 영화제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획을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산시가 영화제 지원 조례 제정을 통해 시비로 경상경비(정직원 인건비, 관리비 등)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사례가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그렇다. 부천시와 제천시는 조례 제정을 통해 영화제 정직원 급여 일부를 시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주시도 문화예술진흥법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범위 안에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에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시비를 영화제 경상경비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시비의 영화제 경상경비 집행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상위법인 지방재정법에 지방보조금을 경상경비로 집행할 수 없다는 규정만 들이대며 조례 제정을 머뭇거린다. 부천시와 제천시에선 가능한 일이 부산에선 왜 되지 않는 것인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국비 확충도 절실하다. 국비는 영화발전기금을 통해 BIFF에 지원된다. 하지만 영화발전기금은 국내에서 개최하는 각종 국제영화제에 지원금을 분배하는 형태여서 BIFF에만 지원 확대를 기대할 순 없다. BIFF 측이 영화발전기금이 아니라 별도 일반회계로 전환해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이유다. 이용관 BIFF 이사장이 부지런히 뛰고 있지만, 중앙 정·관계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성과가 어떠할지는 미지수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길 법하다. 세계적인 영화제인 BIFF가 재정 위기에 처했고 앞으로 사업비가 확대되지 않는 이상 영화제 위축이 불가피한데도 부산시나 정부는 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BIFF라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변했다. BIFF는 2014년 다이빙벨 사태가 터지면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도전을 받았고 이후 4년간이나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중 압도적인 명성을 자랑했던 영화제는 상당히 위축됐다. 반면 부천이나 전주 등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조금씩 성장했다. 이로 인해 중앙 정·관계에선 BIFF를 국가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보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는 BIFF 국비 지원 확대에 큰 걸림돌이다.

부산시와 BIFF 관계도 미묘하게 변화했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BIFF 조직위원회는 사단법인으로 개편됐다. 조직위 시절 위원장은 부산시장이 당연직이었지만, 바뀐 조직의 이사장은 민간에서 선출됐고 2018년부터 이용관 이사장 체제가 됐다. 환경 변화에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BIFF 특별 지원 조례 제정과 BIFF 독립 지원 기금 1000억 원 조성을 약속했지만, 불미스럽게 물러나 헛공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의 영화제 지원 조례 제정과 국비 지원 확대를 끌어내려면 BIFF도 과감한 내부 혁신과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BIFF가 세계적이며 국내 유일의 국가대표 영화제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 부산시와 중앙 정부가 영화제 지원에 나설 계기와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외부 용역을 맡겨서라도 지난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외부에 알리고 BIFF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자체 사업을 추진해 자생력을 키울 방안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이렇게 할 때 BIFF는 재도약을 위한 단단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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