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구조돼 바깥바람 쐰 ‘승용차 강아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주차된 승용차에 1년가량 방치됐다가 구조된 강아지. 동물보호단체 제공

속보=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1년 넘게 길러진 강아지(부산일보 6월 26일 자 2면 보도)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해운대구청은 견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강아지 구조 과정에서 동물단체의 과격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28일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27일 오후 4시께 승용차 안에 방치된 강아지를 견주로부터 넘겨받았다. 현재 강아지는 최초 신고자인 A 씨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3.5kg가량에 2살로 추정되는 이 강아지는 다행히 생명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일 차량 실내 온도가 48도에서 55도에 육박하기도 했다.

견주로부터 넘겨받아 병원 치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수사 착수
동물단체 지나친 과격 대응 논란
고성에 비상벨 작동, 주민 “불안”

해운대구는 지난 26일 30대 견주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해운대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견주가 더운 날씨 속에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한 차 안에 강아지를 방치한 것이 동물학대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구청 측의 입장이다.

해당 견주는 최근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견주는 강아지에 애착과 집착을 보였지만, 강아지에 대한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발견 당시 강아지 얼굴은 수북하게 꼬인 털에 의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또 강아지는 평소 승용차 앞 유리를 계속 긁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구조된 강아지는 치료가 끝나는 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양될 예정이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한여름 창문을 깨서라도 차 안에 방치된 동물을 구조하기도 한다“며 ”한국의 경우 현행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서라도 강제 조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단체들이 이 강아지를 무사히 구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구조 과정에서 도를 넘는 과격 행동을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27일 오전 견주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전국 동물보호단체 3곳의 관계자들과 동물보호 시민 활동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견주가 묵고 있는 아파트 주소를 파악, 집 앞에서 고성을 동반하며 집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당시 자택에는 견주와 견주의 아버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견주가 자택에서 나오질 않자 동물단체 한 관계자가 견주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 아파트 ‘화재비상벨’을 작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복도에서 고성이 오가고 화재비상벨이 작동하면서, 일부 주민이 불안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견주와 강아지 간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물보호단체 측이 견주를 직접 만나 강아지를 인계받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단체의 이 같은 소동에 견주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구청 직원 2명이 수의사와 함께 현장에 방문, 동물보호단체 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단체 측이 견주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강아지를 건네받았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만큼 해당 견주에 대한 동물 학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