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靑 ‘미운털 뽑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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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임기 반환점을 향해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면서 그의 거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25일 취임 1년을 맞는 윤 총장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면서 현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권은 인사청문회 때도 각종 의혹 제기에 윤 총장을 적극 엄호하며 힘을 실어 주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거치며 완전히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여권 공개 압박·법무부와 갈등
이재용 불기소 권고 악재 등 겹쳐
靑 일부 참모들 ‘거취’ 문제 거론

임기 보장 총장 ‘아웃’ 강행 땐
대통령에 부메랑 우려 신중론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윤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는 지금이 최적의 교체 타이밍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윤 총장의 최근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이다. 여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법무부와의 갈등도 점점 심화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새어 나온다.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일부 참모진과 의견충돌을 겪는가 하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과도 마찰을 빚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가 나오면서 윤 총장으로서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윤 총장이 더 이상 검찰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잃었다면서 그의 거취에 대한 적절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문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무리하게 솎아 낼 경우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최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검찰 개혁 방안을 함께 마련하라”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에게 협력과 소통을 주문했다. 그런데 1주일도 안돼 청와대가 윤 총장을 솎아 내는 모양새가 연출될 경우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오롯이 문 대통령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이런 우려 때문인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상 강연 등에서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논란을 불러온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추 장관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거친 언행을 거듭한다면 정부 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되돌아보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 윤 총장의 처신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추 장관을 엄호하는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추 장관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총장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박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으로 비화돼 민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조만간 공수처가 출범하면 윤 총장이나 검찰을 합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의 윤 총장을 향한 거친 발언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며 “하나는 그게 실제로 대통령의 뜻에 따른 행동일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그게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 차기대권을 노리는 추미애 장관의 돌발행동일 가능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좀 아스트랄(astral·특이한)한 데가 있지 않나. 이 경우라면 대통령이 사실상 내부에서 레임덕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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