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돌아온 ‘리쇼어링 기업’ 절반은 공장 안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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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법이 발효된 2013년 12월 이후 부산으로 ‘유턴’한 기업 12곳 중 절반(6곳)이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4개 기업을 시작으로 매년 1~3곳의 기업이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유턴기업 유치 전국 2위를 성과로 내세우던 부산시는 ‘머쓱’해졌다.

더욱이 부산시는 이들 유턴기업의 현 경영·투자 상황이나 지금까지의 지원금 규모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 리쇼어링 지원 사업 자체가 '깜깜이'로 진행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은 당초 복귀 이후 652억 원을 지역 공장에 투자하고 489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투자 규모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시는 “사업자들이 아예 투자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투자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는 유턴기업 지원 시행 초기 해외에서 사업 영위가 곤란한 기업이 상당수 지원 기업에 선정된 탓으로 보인다. 해외투자 실패로 청산을 앞두거나 이미 체력이 허약한 ‘부실’기업 상당수가 유턴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이들은 국내로 들어와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계획 자체를 실행 못 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리쇼어링 지원 성과 ‘부풀리기’에 집착해 내실 있는 정책을 만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리쇼어링은 코로나19 이후 ‘탈’세계화로 이어지는 제조업 가동시설 역내화 흐름으로 더욱 그 필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라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곳 중 6곳 가동 ‘초라한 성적’
市, 투자 현황·지원 규모도 몰라
유턴기업 ‘재무 취약’ 현실 감안
정부 지원 상향 등 제도 손질해야

■초라한 ‘전국 2위’ 부산

산업통상자원부가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률상 국내복귀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전국에 모두 72곳이다. 전북이 17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부산(12개)에 많은 기업이 돌아왔다. 이어 경북(10), 경기(9), 충남(7), 세종(4), 경남(3), 울산·대구·광주·인천·충북(2)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신발업체 7곳이 복귀하면서 전북에 이어 유턴기업 유치 전국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장가동률을 보면 부산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부산 유턴기업 정착률은 경기(88%)나 전북(77%), 세종(60%), 경북(56%)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유독 낮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고 나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와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 업체들은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라도 줄여 보려고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다 보니 기존에 사업을 하던 곳으로 돌아와서도 상황이 (수도권과)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부산 유턴 기업 상당수가 현재까지 투자 보조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공장을 돌릴 여력이 없고, 큰 혜택도 없다 보니 보조금 신청을 주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유턴기업으로 선정돼도 보조금, 세제, 자동화설비 지원 등의 정부지원이 미미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 지원신청을 포기하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한다.



■리쇼어링 지원법 ‘봇물’

이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에선 리쇼어링 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현행법은 기업이 일반지역에 토지를 매입하게 되면 그 금액의 30%, 설비투자금액의 14% 이내에서 각각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해외 사업이 부진해 국내에 돌아온 기업들이 대부분 자금여력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정부지원 비중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국공장의 문을 닫고 부산 녹산공단으로 유턴한 아웃도어 기업 트렉스타 권동칠 대표가 국회 관련 간담회에 나와 “개성공단 철수 후 입주기업에 주어지는 정부기관의 적격심사 배점 가산점 지원대책 등을 참고해 유턴기업에게도 추가 점수를 줬으면 한다”며 “정부기관의 각종 평가에서 재무적으로 취약한 유턴기업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에선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유턴기업 지방 유치를 위한 관련 법 개정 등을 준비 중이다. 통합당에선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국내 복귀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려 발생할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리쇼어링 관련 법안을 28일 내놨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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