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수국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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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수국(水菊)의 계절이다. 이달 들어 개화하기 시작한 수국이 최근 남부지역 곳곳에서 만개했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부산의 수국 명소인 영도구 태종대공원 내 태종사에도 지난주 꽃이 만발해 절정을 맞았다. 태종사는 매년 6월 말과 7월 초에 걸쳐 수국축제를 개최해 10여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이곳은 국내 최대 수국 군락지이다. 이맘때 35종의 수국 5000여 그루에 크고 작은 꽃들이 조화롭게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파스텔 톤의 알록달록한 꽃 향연을 한자리에서 즐기는 눈호강을 만끽할 수 있다. 사찰 안 모든 곳이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멋진 포토존일 정도다. 장마철과 겹친 시기에 수국 군락이 안개와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광은 가히 환상적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제15회 태종사 수국꽃 문화축제가 코로나19 탓에 취소돼 못내 아쉽다. 하지만 어쩌랴.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만큼 집단감염 방지가 최우선일 터. 그래서인지 길가에 아름답게 핀 수국을 발견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애정 어린 눈길로 한참을 쳐다보기 일쑤다. 꽃이 드문 6~7월 초여름에 피어나 더욱 사랑받는 수국은 꽃의 색상과 모양이 오묘하고 신비로운 관상목이다.

수국의 꽃은 초기에 녹색이나 노란색이 약간 도는 흰색이었다가 차츰 밝은 청색 또는 하늘색으로 변하는 조화를 부린다. 이어 붉은 기운을 띠다 보라색과 자주색, 혹은 분홍색으로 유연하게 바뀌며 고운 자태를 뽐낸다. 산성 토양에서 주로 청색이 나타나고 알칼리성 흙일 땐 붉은색이 되는 생리적 특성 때문이다. 제주 사람들은 수국을 ‘도체비 고장(도깨비꽃)’이라고 부른다. 꽃 색깔이 변하는 게 변덕스러운 도깨비의 마음을 닮았다는 것.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보랏빛 태양의 꽃이란 의미로 ‘자양화(紫陽花)’라고 했다.

꽃 모양으로 바라본 수국의 또 다른 한자 이름은 ‘수구화(繡毬花)’다. 비단으로 수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뜻이다. 작은 꽃송이 여러 개가 큰 공 형태로 뭉쳐서 피는 까닭이다. 각각이면서 큰 하나를 이룬다. 이해인 수녀는 시 ‘수국을 보며’에서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이라 표현했다. 21대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임기 개시 후 한 달째 파행운영되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유연성과 화합을 일깨우는 수국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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