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상임위원장 ‘독식’한 민주당 ‘독배’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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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3차 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21대 국회가 176석의 집권여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싹쓸이’하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29일 출범했다.

여당의 상임위 독식은 군사정권 시절인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다. 13대 국회부터 직전 20대까지 이어온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직 배분 관행이 깨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20대까지 야당 몫이던 법제사법위원장을 탈환하려 한 더불어민주당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으로선 3차 추가경정예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각종 현안 처리에 유리한 시스템을 갖추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상시화될 야당의 반발과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차 추경·공수처 출범 등 속도
성과 못 낼 땐 책임 떠안아야
통합당, 무기력 이미지 고착 우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전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후 곧바로 일부 상임위를 가동해 3차 추경안 심사에 들어가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성과로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달 15일까지 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서도 야당이 추천을 끝내 거부할 경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안을 개정하는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에 비해 절대적으로 의석수가 부족한 데다, 이날 상임위원장까지 포기한 통합당으로서는 원내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거여(巨與)의 상임위 독식은 국민 여론에서 득실이 갈릴 전망이다. 야당이 빠진 채 원구성을 함으로써 코로나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돌파하든, 겹겹이 쌓인 악재 속에 성과를 못낸 채 허덕이든 국회 운영 결과에 따른 여론의 평가는 전적으로 여당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의총에서 “앞으로 남은 1년여 뒤에 정권을 우리 스스로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향후 여론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 차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통합당은 향후 추경예산 심의, 상임위 회의 등 국회 운영 전반에 비협조적 자세로 견지하면서 정부·여당 책임론을 강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정책 대안과 합리적 비판으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21대 국회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정국에서 여당을 견제할 무기가 ‘언어’ 외에는 달리 없다는 점에서 소야(小野)의 무기력한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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