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망자’로 살아온 70대 ‘신원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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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 ‘사망자’로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경찰의 도움으로 새 삶을 찾았다. 통영경찰서 제공

가족과 떨어져 30년 넘게 ‘서류상 사망자’로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경찰 도움으로 신분을 회복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29일 경남 통영경찰서(서장 정성수)에 따르면 올해 3월 미수지구대를 통해 한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인지됐다. 당시 손목을 다친 A(70) 할머니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신원을 조회해 보니 이미 사망 신고된 ‘망자’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의료보험은커녕, 지자체 도움조차 받을 길이 없었다.

가족과 떨어져 이미 사망신고
통영시·경찰 도움으로 ‘새 삶’

병원까지 찾아온 경찰을 앞에 두고 망설이던 할머니는 조심스레 사연을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오래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왔다. 이후 서울 등 전국을 떠돌다 수년 전 통영에 정착했다. 다행히 통영에서 알게 된 이웃 덕분에 단칸방을 얻었고, 그곳에서 더부살이를 해 왔다. 그러나 가족과 멀어진 이유에 대해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가족과 연락하는 것조차 한사코 마다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제도권 내에서 지원이 불가능했다. 이에 경찰이 통영시와 손잡고 할머니 신분 확인과 신원 회복에 나섰다. 할머니는 30년 전 장기실종자로 등록됐고, 그로부터 5년 뒤 사망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우선, 할머니 지문을 채취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이후 할머니를 설득한 끝에 최근 법원으로부터 신분 회복 결정을 받아냈다. 통영시는 이를 토대로 경제적 능력이 없던 할머니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 매월 30만 원 생활비와 함께 양로원에 입소할 수 있도록 했다. A 할머니는 “그동안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는데, 이제 모든 게 가능해졌다”면서 “신분 회복만 해도 감사한 데,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통영경찰서 정성수 서장은 “관계기관과 협업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찾아내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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