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보다 먼저 전시로 만나는 춤꾼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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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무용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 예술 중장기창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된 ‘내 안의 물고기’ 리서치 아카이브전을 지난달 27일 영도 거청조선소에서 개최했다.

공연 예술을 완성된 작품이 아닌 제작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 전시로 먼저 만난다.

지난 토요일 낮 부산 영도구 청학동 거청조선소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바닷속 무용수를 찍은 수중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리고 길게 늘어뜨린 하얀 천들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대형 모니터 2개로 해변에서 춤추는 영상을 보여 주고, 옆에선 젊은 춤꾼들이 큰 비닐 공으로 퍼포먼스를 한다. 신은주무용단이 마련한 ‘내 안의 물고기’ 리서치 아카이브전의 모습이다.

리서치 아카이브전이 열린 거청조선소는 내년에 완성되는 작품 ‘내 안의 물고기’의 주 공연장이 될 장소다. 신은주 대표는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폐산업시설에 예술 행위가 더해져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기적을 보여 주는 장소로 최적이다. 건물 안팎을 다 활용해 관객이 걸어 다니며 관람하는 공연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신은주 무용단, 리서치 아카이브 전시
영도 거청조선소에서 제작 과정 시연
내년 공연 ‘내 안의 물고기’ 중간 점검
전 세계 돌며 기록한 창작 과정 담아
10일부터 중앙동 노티스서 일반 공개



‘내 안의 물고기’는 몸의 진화를 주제로 하는 작품이다. 신 대표는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데 물 안에서 느끼는 부력과 동일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 몸이 바다에서 왔다’ ‘우리가 물고기에서 진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와 단원들은 물고기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를 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섰다. 바닷가, 박물관, 수족관, 염전, 소금 광산 등 물과 소금을 느끼고 만날 수 있는 곳들을 찾아갔다.

이번 리서치 아카이브전은 신은주무용단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해 고베, 대만, 폴란드를 거쳐 한국 섬진강까지 자신들 속의 물고기를 느끼고 리서치한 시간을 보여 준다. 해변에서 춤추고, 물에 뛰어들고, 소금산을 오르는 등 무용단원들의 창작 과정을 기록한 사진과 미니 다큐멘터리를 보면 앞으로 완성될 공연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신은주무용단의 ‘내 안의 물고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의 ‘공연 예술 중장기창작지원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작품이다. 아르코는 공연예술단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을 위해 1년 단위가 아닌 다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원 기간은 최장 3년, 단체별로 최대 2억 원을 지원한다.

신은주무용단은 아르코의 2019년 ‘공연 예술 중장기창작지원’ 무용 분야에 선정된 8개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안은미컴퍼니를 비롯한 중견 단체 6곳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신은주 대표는 “해당 지원 정책은 예술가가 자율적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 완성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은주무용단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를 ‘부산의 버려진 공간’과 함께 찾으려는 진정성, 한국 무용을 주축으로 지역 민간 현대 무용단과 협업해 동반 성장을 모색한 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은주무용단의 프로젝트에는 부산 무용 단체 6곳이 동참할 예정이다.

아르코 ‘중장기창작지원’은 창작 프로젝트의 ‘과정’에 큰 비중을 둔다. 지난달 27일 열린 ‘내 안의 물고기’ 리서치 아카이브전은 지금까지 창작 진행 과정을 1차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날 전시에는 프로젝트의 중간 평가를 담당하는 아르코 관계자들도 참석해 창작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내 안의 물고기’ 리서치 아카이브전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부산 중구 중앙동 노티스 1층 갤러리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2차 전시를 할 예정이다. 노티스는 1950년대에 지어진 쌀 창고를 개조해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신 대표는 “ 앞으로 부산의 역사성을 품은 다른 공간에서도 리서치 아카이브전을 이어 갈 계획이다. 시민과 창작 과정을 공유해 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내년에 열릴 공연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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