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의 자투리 생각] 동물의 도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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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부산 해운대구에 10층짜리 동물병원이 우뚝 서 있다.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동물종합병원이라고 한다. 해운대의 마린시티처럼 동물 세계에서 ‘부’를 독점한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자연의 동물들과 전혀 다른 세계에 살기에, 마르크스의 인간소외론을 빌려 얘기하면, 동물 소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동물의 별종이며 인간화된 부자 동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부산의 도시화는 바다에서 숲속으로 갈수록 부의 소유가 감소되며 인구 과소화 현상이 발생한다. 동물의 도시화는 조금 다르다. 부는 바다를 중심으로 독점되며, 동물은 숲속으로 갈수록 과밀화된다. 1%도 안 되는 반려동물들이 부산시 동물 GDP의 99%를 창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처럼 동물에서도 도시화 진행
지역별로 명확한 도시계급 형성
소외된 동물들의 권리 되돌아봐야

동물들의 시각에서 볼 때 부산이라는 도시는 3개의 공간, 3개의 세계로 나누어진다. 해운대처럼 반려동물이 밀집한 중심도시, 도시화의 확장으로 도로와 공공시설이 밀집한 지역, 그리고 생태환경이 좋은 도시 외곽지역이다. 각각의 생활양식은 하늘과 땅처럼 갈라져 있으며, 3개의 명확한 도시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중심도시는 재벌과 부자 계층이 집중해 있다.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타고난 귀족이다. 그들이 집중하는 지역의 부동산 신화는 진행형이며, 그들의 생활은 다른 빈민 지역의 동물에 비해 사치스럽고, 태어나서부터 귀족 교육을 받아 교양 있는 동물로서 인간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일부 반려동물들은 순수혈통주의를 고수해야 해서 귀족들 간 근친결혼이 지속된다. 태어나면서 우아한 애명을 갖고 있으며, 주인과 떨어지면 오성급 동물호텔의 VIP룸에 든다. 동물유치원도 다니고, 동물학교도 다니면서 사교성과 교양을 쌓는다. 학비도 매우 비싸다. 한 달에 60만 원 정도면 저렴하다고 한다. 6개월 학비는 국립대학교 등록금보다 비싸다.

아프거나 불편하면 중산층 동물들이 가는 동물병원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다니지도 않고, 인간이 다니는 대학병원보다 멸균 소독이 잘된 동물병원을 다닌다. 안과, 정형외과, 목욕실, 놀이터, 수술실 모두 잘 갖춰져 있다. 그들이 죽으면 특별한 장례식장에 가며, 그들이 부여받은 종교에 따라 장례식을 치르며, 묘비에 이름을 남기고 떠난다.

중간 계층의 동물들은 자수성가형이 많다. 88올림픽 때 평화의 상징으로 많은 비둘기가 유입됐고, 농업화에서 도시화로 변하는 과정에 쥐를 잡기 위한 영웅으로 고양이가 많이 길러졌다. 사람들은 그런 동물들의 공로를 인정하는지 교량이나 도로 등을 건설할 때는 동물들이 밀집한 지역에 동물아파트를 지어 준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공공임대주택인 셈이다. 하지만 생계는 동물들 스스로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

가장 힘든 계층이 빈곤 지역에 밀집한 동물들이다. 이들의 절반은 방치되었거나, 원래부터 야생인 동물이다. 도시화라는 것은 특정한 무리들이 한 공간에 집중하여 형성한 도시 공간 개발과 밀집화된 노동과 생활양식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연의 숲에서 자란 야생 동물은 도시화 과정을 겪지 못하였기에 동물의 도시화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빈곤 지역 동물군은 중산층에서 몰락한 동물, 귀족층의 버림을 받은 동물들이 증가함으로써 형성되었고, 자연 숲에서 도시로 이주한 동물들도 가세하였다. 이들은 도시의 쓰레기들을 훑고 다니며, 배가 고프면 가끔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둑고양이 등 다양한 호칭으로 낙인찍힌다. 더럽고, 염치 없고, 교양 없고, 새끼들만 펑펑 낳고 사는 가난한 놈들이라고도 낙인찍힌다. 대부분 귀족 고양이들은 중성화 시술을 받아야 하며, 발톱을 깎여야 하고, 예방접종도 맞아야 한다. 그래야 동물학교를 다닐 수 있고 동물호텔에 들 수 있다. 그러나 빈곤에 허덕이는 촌뜨기 동물들은 하루 배 불리기도 힘든 상황이라 그럴 여유가 없다.

더욱 무서운 것은 빈곤한 동물들은 강한 번식력으로 인간들과 충돌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빈곤층 동물들은 엄격한 계급질서를 형성하며, 자신들의 영역에서 ‘노조’를 만들어 인간에게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때로는 인간에게 집단 사형을 당하거나 거세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빈곤층 동물들도 삶의 질이 약간 향상되었다. 인간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소비가 늘어났지만,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인간의 활동 저하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오는 위험이 감소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재난은 일상적이며,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간절히 바란다. 도시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동물시민권을 갖기를, 또 도시 개발 때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물도시헌장이 발표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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