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독식’ 與, 3차 추경 1~2시간 만에 ‘졸속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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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3차 추경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의 ‘밀어붙이기’로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예비심사가 원 구성 하루 만인 30일 모두 마무리됐다. 전날까지 정보위를 뺀 17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여당의 ‘독주’가 추경 예비심사 속도전으로 증명된 셈이다.

민주당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공적자금의 신속한 확보라는 차원에서 정치적 명분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은 채, 사실상 정부의 예산안을 깜깜이로 통과시키는 ‘거수기’ 심사만 진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들러리 서는 것밖에 안 된다”며 3차 추경 심사 불참을 공식 발표했다. 여당의 상임위 ‘독식’에 반발하느라 국회의원의 본분마저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던 총선 공약을 스스로 어긴 것이다.

여가위는 단 10분 만에 의결
정부 ‘거수기’ 노릇 비판 제기
정의당마저 회의장 박차고 나와
통합 “들러리 서는 것밖에 안 돼”
심사 불참에 ‘본분 망각’ 지적


■원 구성 하루 만에 3.1조 늘어난 추경

전날 일부 상임위 예비심사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각 상임위에서 추경 예비심사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이지만, 실제 논의 시간은 훨씬 짧다. 다소 보수적으로 시간을 계산해도 1~2시간에 불과했다.

이날 <부산일보>가 국회 영상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심사 시간이 가장 짧았던 상임위는 여성가족위원회였다. 여가위는 지난달 29일 한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36분 만에 정회, 결국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결은 30일로 미뤄졌다. 이어 이날 오전 9시부터 회의를 다시 연 여가위는 약 10분 만에 추경안을 의결했다.

상임위 가운데 증액 규모가 가장 컸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는 84분이 걸렸으며 이 밖에도 운영위원회는 47분, 국방위원회는 69분, 외교통일위원회는 63분 등 모든 상임위에서 정회 시간을 빼면 실제 회의 시간은 1~2시간 정도였다.

‘꼼꼼한’ 심사는 없었지만 증액 규모는 상당했다. 산자중기위 2조 3100억 원, 교육위 3881억 원, 농해수위 3163억 원 등 당초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안 35조 3000억 원의 8% 수준인 3조 1031억 원이 늘었다.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 근거해 잘못된 처방을 내린 현실인식이 결여된 추경”이라며 “정부여당이 추경의 졸속 처리만 강조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야당을 겁박하는 현 상황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의당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예산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여당과 정부의 졸속 운영에 유감을 표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추경 받고, 공수처도 ‘빨리빨리’

여당은 이날 예비심사를 마친 3차 추경안을 6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7월 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곧바로 7월 국회를 개원하겠다고 30일 밝혔다. 7월 국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2명이 반대하면 추천이 불가능한 만큼 통합당의 협조 없이 7월 15일 공수처의 정상적 출범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에서는 공수처장 추천 방식 변경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통합당은 ‘공수처 불가’ 방침을 재확인한 터라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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