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시대 홍콩’ 첫 시위 70여 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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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7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집회에 참여한 한 남성이 후추 스프레이를 맞은 후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6월 30일(현지시간) 밤 11시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들어간 홍콩에서 1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70여 명이 체포됐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강력한 대응 조치를 공언하며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홍콩보안법은 이날 오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 162명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서명하고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부칙 삽입 절차까지 거치면서 발효됐다. 중국은 논란의 대상인 홍콩보안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밀에 부쳐 오다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인 7월 1일 1시간 전에 법 시행과 동시에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문을 공개했다.

보안법 발효 첫날 곳곳서 시위
홍콩 독립 깃발 소지자 첫 체포
중, 처벌 강화 보안법 전문 공개
反中인사 최고 무기징역형 가능
미·중, 일국양제 놓고 갈등 격화
미, 화웨이·ZTE ‘안보 위협’ 지정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보다 앞서 2009년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보안법이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무거운 처벌이다.

지난해 범죄자 본토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반중 시위대가 ‘홍콩 독립’이나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지금은 이런 시위 행태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또 홍콩 정부가 폭력 행위를 일삼는다고 규정했던 급진주의적인 시위대 역시 ‘테러활동’에 포함돼 처벌 대상이 된다. 홍콩의 기본법과 보안법이 충돌할 경우에는 보안법이 우선한다. 특히 홍콩보안법은 중앙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하도록 했다. 홍콩 경찰에도 국가안보 업무를 담당할 조직을 설치한다.

홍콩의 민주파 진영은 홍콩의 금융 및 비즈니스 허브 기능과 정치적 자유가 사라지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 또한 크게 훼손된다며 우려를 쏟아 냈다.

실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본격 시행 첫날 이 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1일 오후 2시 45분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오부터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불법 집회와 홍콩보안법 위반, 경찰 공무집행 방해, 공격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7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집회 불허에도 불구하고 이날 홍콩 곳곳에서는 홍콩보안법 발효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체포된 사람 중에는 야당 입법회(국회) 의원인 레이먼드 찬, 탐탁치 등도 있다는 게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설명이다.

완차이 등 홍콩 도심에서는 물대포와 경찰 장갑차량 등이 등장했으며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 등도 사용했다고 SCMP는 설명했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첫 번째 사례는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깃발을 소지하고 있던 한 남성이었다.

한편,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은 홍콩보안법이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 당시 홍콩에 주어진 자치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중국에 잇단 경고를 가했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데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30일 중국의 ‘일국양제’ 원칙 포기를 비판하면서 철회를 촉구하고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NSC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베이징은 이제 홍콩을 ‘한 국가, 한 체제’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는 베이징이 즉각 항로를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의 국가보안법 통과는 중·영 공동선언에 따른 약속을 위반한 것이며, 미국은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질식시킨 사람들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시행을 강행하자 미국의 국가안보 지휘부인 백악관 NSC가 나서 이의 철회를 촉구하며 홍콩에 대한 미국의 특별대우 철회 등 추가 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미국은 이날 NSC 성명 외에 중국의 대표적 IT기업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중싱통신)를 겨냥, 빗장을 거는 조치에 나섰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와 ZTE를 미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기업이 이들 회사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를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에 중국도 “홍콩보안법 추진에 대한 미국의 방해 시도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등으로 양국 긴장이 고조돼 ‘신냉전’으로까지 불리는 상황에서 홍콩보안법 문제까지 겹치면서 미·중 갈등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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