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자연에 나를 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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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살리는 알찬 여행] 거제시

가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순간 찾으면 딱 좋은 곳이 경남 거제에 있다. 거제 9경 중 7경으로 선정된 ‘여차·홍포 해안 비경’이다. ‘여차·홍포 해안 비경’은 돌미역으로 유명한 여차마을에서 무지개가 뜬다는 홍포마을까지 이어지는 3.5km 구간이다. 거제섬&섬길 중 하나인 ‘무지개길’의 일부로 ‘남파랑길’ 거제 23코스 중 한 구간이다.

차로도 갈 수도 있지만 걷는 것이 좋다. 길의 매력을 진솔하게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차해수욕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잠깐 멈춰보자. 그림 같은 몽돌 해변과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과 멀리 보이는 진녹색의 작은 섬들을 찬찬히 훑어 나가다 보면 외마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차마을~홍포마을 3.5㎞ 구간
그림같은 몽돌 해변·섬 ‘황홀경’
낯선 방문객 몸과 마음에 위로를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풍경에 취했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해수욕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보다 펜션이 줄지어 선 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한다. 주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준다. 살짝 흐르던 땀도 이내 마른다. 시원함이 가슴속까지 파고든다. 잠시 후 파란 하늘과 구름이 드러난다. 첫 전망대다. 바람이 제법 거세다. 전망대를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오자 바람이 잠잠해진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이 길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는 병대도 전망대 앞에 다다른다. 전망대는 2층 구조다. 시원한 바람, 깨끗한 시야, 점점이 떠 있는 대·소병대도는 황홀경 그 자체다.

섬과 바다는 맑고 깨끗함으로 낯선 방문객을 품어준다. 평화, 평온 그 자체다. 지친 마음과 몸이 위로를 받는다. 병대도 전망대에서 다시 홍포 쪽으로 길을 재촉한다. 조금 내려가면 갯바위로 난 계단길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10분 남짓 더 내려가니 갯바위와 함께 또 다른 모습의 대·소병대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만 보던 섬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멍하니 갯바위 한곳에 앉아 스마트폰 라디오 앱을 켠다. 옛 노래의 노랫말이 가슴을 마구마구 후벼판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노랫말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늘 듣던 노랫말도 감정에 따라 전혀 새롭게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본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지막 여정에 나선다. 다시 오르려니 조금 힘에 부친다. 내려올 땐 몰랐던 오르막길이 쉽지 않은 길이다. 오르고 내리며 굽이진 길을 따라 아주 천천히 30분 정도 걸으면 무지개가 뜬다는 홍포마을에 닿는다. 여차·홍포 해안 비경은 여기가 마무리다. 언제, 어떻게, 어떤 날씨에, 어떤 기분과 감정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나를 찾을 수 있는 길이기에 매력이 넘친다. 그냥 멈추고 싶을 때 꼭 한번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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