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혈세 3차 추경, 여야 합의 없는 졸속 처리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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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3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1~2시간 만에 끝났다고 한다. 여성가족위원회는 10분 만에 추경안을 의결하는 기록을 세웠다. 2조 3100억 원을 증액한 산업자원위원회도 1시간 30분밖에 안 걸렸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제출한 3차 추경안에서 8%인 3조 1031억 원이 되레 늘었다. 이런 심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유일하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여당과 정부의 졸속 운영에 유감을 표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 모두가 이 같은 추경 심사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여당, ‘거수기 심사’로 초스피드 의결
야당 참여해 정부 견제 본분 다해야

여당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예산을 신속하게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7월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립해야 하니 마음이 급할 것이다. 여당은 정부 예산안을 깜깜이로 통과시키는 거수기 심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주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가치가 손상이 되었다. 이미 국회 예산정책처가 3차 추경안의 일부 사업이 불확실하고 사업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편성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고용안정특별대책 상당수는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경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데 국회 심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예산정책처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니 매우 잘못되었다. 예산정책처는 국가 예·결산 심의를 지원하고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취지대로 행동한 것이다. 최근 민주당이 다양성은 사라지고 성과를 위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흐르는 모습을 보여 우려스럽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통합당은 3차 추경안의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들러리 서기 싫다며 추경 심사에 불참했다. 여당의 상임위 독식에 반발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본분을 저버리는 게 옳은 일인가.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던 총선 공약을 스스로 어기는 당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추경은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을 나흘 만에 처리한다면 과정은 졸속이고, 결과는 방만하고 부실한 집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요청했다고 무리하게 그 시한을 지키다가는 큰 탈이 나기 십상이다. 통합당은 당장 추경 심사에 참여해 정부 견제라는 야당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국민들의 혈세가 든 3차 추경 사업에 대해 여야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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