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 걱정에 일본발 덤핑까지… 남해안 양식어민 여름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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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산양읍 양식장 둘러보니

경남 통영시 산양읍 한 가두리양식장에 출하 시기를 놓친 참돔이 헤엄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소비가 안 되는 마당에 일본산까지 들어와 덤핑으로 풀리니 배겨 낼 방법이 없어요. 우리 어장만 해도 출하를 못 한 3~4년산 참돔이 5만 마리가 넘어요. 이 와중에 적조라도 덮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1일 오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물고기를 사육하는 네모난 틀의 가두리양식장이 촘촘하게 들어찼다. 요 며칠 거센 비바람이 훑고 간 바다는 유난히 맑고 고요하다. “마치 폭풍전야 같아요. 올핸 또 얼마나 애간장을 태울지....” 뗏목에 올라선 황인규 씨가 깊은 한숨을 토해 낸다. 그는 “보통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적조가 빨리 오고 오래 간다. 하필 올해 장마가 길고 강우량도 많다”면서 “이 상태로 적조를 맞으면 정말 떼죽음이다. 심각하다”고 푸념했다.

올여름 적조·고수온 피해 클 듯
코로나로 소비 줄면서 재고 쌓여
통관 간소화로 일본산 반입 급증
헐값 일본산에 국산 참돔 직격탄


본격적인 여름 나기에 나선 남해안 어류양식 어민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량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폭염과 폭우를 동반한 긴 장마가 여름 불청객 적조와 고수온 출현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여름에는 엘니뇨(해수온난화) 발생이 없고 대마 난류의 세력이 평년보다 강해 남해안 연안 수온이 평년보다 0.5~1도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적조·고수온 특보도 지난해보다 빠른 7월 중·하순경 발령될 것으로 전망했다.

적조는 바다에 필요 이상의 영양염이 공급돼 부유 미생물이 대량으로 증식하면서 바닷물 색깔이 빨갛게 보이는 현상이다. 장마 때 많은 비가 내리면 육상에 있던 다량의 영양염이 빗물과 함께 바다로 유입돼 적조 발생을 부추기는 촉매가 된다.

이런 적조도 유해성과 무해성으로 나뉘는데, 점액질 성분이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 시키는 코클로디니움이 대표적인 유해성 적조 생물이다. 적조 특보는 1mL당 10개체 일 때 출현주의보로 시작해 100개체를 넘으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1000개체를 넘기면 마지막 경보로 격상된다. 적조 피해는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5년 한 해 1300만 마리를 기록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지난해도 경남에서만 200만여 마리가 적조에 떼죽음했다.

고수온도 적조 못지않은 골칫거리다. 통상 양식 어류의 폐사 한계 수온을 28도로 본다. 고수온 특보 발령도 이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를 훌쩍 넘어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고수온 환경에 2~3일 이상 노출된 물고기는 활력을 잃어가다 폐사해 버린다. 문제는 현재 사육 중인 양식 어류의 절반 이상이 고수온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경남도 내 가두리 양식장에 입식된 어류는 모두 2억 3000만여 마리로, 이 중 47%가 우럭, 14%가 숭어다. 둘 다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양식 어류 1800만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집단폐사 했는데, 대부분이 우럭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고부가 양식 품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참돔이다. 참돔은 우럭보다 성장은 더디지만, 난류성이라 고수온에 강하고 유통 단가도 높다. 입식량도 꾸준히 늘어 지금은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효자 참돔이 올여름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횟감 소비가 급감한 데다, 허술한 검역 과정을 틈타 일본산 수입까지 급증하면서 판로가 막힌 국산 참돔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육안·해부 검사와 정밀검사 100% 비율로 진행하던 일본산 수입 어류 검역을 지난해부터 4%로 낮췄다. 덕분에 최소 5일 안팎이 소요되던 통관 절차가 하루 이틀로 단축됐다. 반입량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참돔의 경우, 2017년 2302t에서 이듬해 3498t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6월까지 코로나19 악재에도 작년 동기보다 수입량은 오히려 늘었다.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올림픽 시즌에 맞춰 준비한 물량을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덤핑으로 반입된 일본산이 헐값에 풀리면서 국산 참돔의 설 자리가 더 비좁아졌다며 하소연이다.

이윤수 협회장은 “가을 겨울엔 방어, 봄 여름엔 참돔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온다. 이로 인한 국산 활어 단가 폭락과 시장 교란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이라며 “이대로 가면 국내 양식업계는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일본산 공세를 막는 게 급선무다. 수입 활어 검역 강화와 주요 활어에 대한 조정관세 부과, 원산지 표시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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